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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중국에 문전박대 당한 부총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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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최근 자영업자나 회사원 등 주변 지인과 만나면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하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이 뜬구름 잡기 식이고, 현실성도 크게 결여됐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탄핵정국 이후에 빠르게 진정될 것 같던 한국경제는 여전히 위태롭다. 이제 한 달여 남은 현 정부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운 대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식적인 임기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오는 5월 조기대선까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총리 인선과 청문회까지 포함하면 6월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유 부총리의 마음이 이미 여의도에 있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의 위기대응 능력은 이미 수차례 지적됐다.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면서 정책 완성도가 결여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제부문의 최고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지만, 정책 우선순위조차 감을 잡지 못하는 부총리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경직되고 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의 이 같은 위기대응 능력은 지난 17~18일 독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 재무장관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 부총리의 경제외교 부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중국 재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예정에 없는 일정을 만드느라 실무진이 진땀을 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중국 재무장관 등 모두 만났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면했다. 그런데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대통령 없는 국가의 최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힘이 없는지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유 부총리 스스로 중국과 사전 접촉이나 전략 없이 독일 현지에서 중국 재무장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도 화를 키웠다. 결국 그의 마지막 해외 출장이 될 수 있는 자리에서 ‘빈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과정도 좋지 못했다. 유 부총리가 소극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중국이 아예 만날 생각이 없었다. 한국에 보내는 확실한 메시지를 중국이 들고온 셈이다. 유 부총리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1년 전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만 상상한 채 독일행을 택한 치명적인 실수다.

이런 최악의 분위기에도 유 부총리는 “중국의 공식적인 (사드) 보복 입장이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구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탄핵정국 이후의 행보도 미덥지 않다. 대외적인 정책홍보는 부실 그 자체다. 투자‧민생대책 모두 현실성이 결여됐다. 22일 발표되는 청년일자리 대책은 소관부서조차 핵심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15개월간 유 부총리가 힘 있게 강조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존재감이 결여된 부총리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는 것이 현장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청년 취업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가계부채, 내수침체 등 산적한 경제현안을 한 달 내 마무리 짓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부총리가 남은 기간에 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만한 마땅한 카드도 없다.

당장 22일 중소기업인간담회도 관심 밖에 있다. 부총리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장이 알았기 때문이다. 모두발언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무능력한 경제수장이 한국경제를 후퇴시켰다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서도 남은 한 달이 중요하다.

유 부총리가 산적한 경제현안 중 하나라도 해결하고 다음 정부에 바통을 넘겨준다면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유 부총리만의 책임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다만 현 정부의 마지막 부총리라는 점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없는 어수선한 시국에서 부총리의 마지막 소임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생각할 때이다.

배군득 lob1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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