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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근로시간 단축 지킬수 있을까?..대기업 '덤덤' 중소기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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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주당 근로시간 68→52시간 합의

재계 "예전부터 나온 화두, 대기업은 영향 적어"

중소기업계 "적용시기에 차등화 필요성" 제기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재운 양희동 신정은 기자] ‘대기업은 덤덤, 중소기업은 부담’ 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대한 반응이다. 그동안 준비해 온 대기업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업장은 비상이다.

지난 20일 하태경 국회의원(바른정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1주일’을 기존 5일에서 7일로 규정해 현행 최대 68시간인 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년 유예 후 적용을, 30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유예 후 적용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 주당 40시간에 12시간의 초과근로를 인정해주고, 여기에 주말·휴일근로 16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는 정부의 해석을 뒤집어 주말·휴일 근로를 연장근무로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논의는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논의됐던 내용으로, 법원도 일부 판결에서 이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대기업, “영향 없다” 입장 속 실효성 논란

대기업들은 이미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기조 속에 근로시간 단축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해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과거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도입부터 최근 근로 시간 단축이나 유연성 확대를 꾀해왔고, 다른 대기업들도 내용만 다를 뿐 같은 방향을 추구해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 하루는 아예 퇴근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전원도 꺼버린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도 “예전부터 유연근무제 등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과거에는 초과근무가 많아 수당 지급 부담이 있었지만, 최근 조선업 등에서 경기 침체가 심해 초과근무가 거의 없어 부담 요인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밝혔다.

다만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향후 부담이 될 소지는 다분하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근로시간이 단축됨으로써 기업들이 갑자기 늘어난 주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신규인력을 채용해야 함으로써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삼성의 7·4제도 막상 4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유명무실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자 일부 기업들이 야근 신청을 어렵게 해놓고 실제로는 일을 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오히려 규제를 피해 무상으로 추가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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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업계 현실 감안 단계적 적용 필요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부담이 더 크다. 빠듯한 인력 사정 속에서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업규모별로 단계적 도입하되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 시기는 최대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300인을 기준으로 두 단계로만 나눠져 있는 정치권의 논의보다 세분화해 적어도 여섯 단계로 나눠 유예 시기를 차등화하자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최대한 적용을 늦추자는 것. 권성동 의원(바른정당)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부담 증가와 근로자의 임금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임금감소도 우려되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에게 충격히 완화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산업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5년 이뤄진 노사정 합의 정신에 입각해 입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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