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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파면된 대통령의 기록물도 보호해야 法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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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암 대한기록정보경영포럼 의장

대통령기록물에는 공개되면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에 위협이 되거나 정치 혼란과 사생활에 침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보호 기간을 지정해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는 기록의 공개와 비밀에 대한 기존의 법이 있음에도 대통령기록물을 좀 더 엄격히 보호 관리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대통령기록물법에도 도입돼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해 우려하는 주장과 보도가 잇따른다.

그중에는 대통령 본인이 아닌 권한대행은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보호 기간 지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도대체 헌법 제71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수행해야 하는 수많은 업무는 누가 하란 말인가? 다른 국정과 달리 보호 기간 지정에 대해서만 하지 말라는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는 보호 기간을 지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할 국가적 위험을 간과한 주장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른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록물에 대해 보호받을 기본권이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기록물은 보호 기간을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법치국가임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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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역대 대통령 전시실에 비어 있는 공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조물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 이관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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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물은 법에 '직무 수행과 관련된 기록물'로 그 대상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 직무와 무관한 개인 메모, 수첩이나 사적인 일기, 개인적 정치 활동 문건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대통령기록물과 구분하지 않고 어떤 문서든 한 건이라도 청와대에서 반출되거나 폐기되면 불법이라며 청와대 비서관과 경호실 직원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비(非)대통령기록물 중에 검찰 수사에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서의 유출이나 폐기를 막는 일은 기록 관리 측면이기보다 '수사의 영역'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기록 관리에 원인이 있다는 듯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 업무에 참여하는 많은 기록 전문가를 욕되게 하는 처사다.

청와대는 매년 대통령기록물의 생산 현황을 작성해 국가기록원에 통보한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점검 평가해 문제가 있으면 시정되도록 적절히 지도 감독하고 있다. 기록 관리 제도상 생산 현황에는 업무별 생산 기록의 수량 등이 기재된다. 따라서 한 건이라도 누락되면 그 경위를 파악할 수 있어 무단 폐기와 유출이 어렵다. 그럼에도 외부 감시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법에도 없는 봉인을 요구하는 주장은 탄핵 인용 사유였던 권한 남용의 또 다른 행태에 불과하다.

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탄핵과 같은 특수 상황을 담지 못한 법이었기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보호 기간 지정 제도로 최장 30년 동안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점이 주요 이슈다. 지정 제도가 퇴임하는 대통령을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그보다는 국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정의 중요 기록을 후임 대통령이 참고할 수 없다면 국가에 손해이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후임 대통령에게 전임 대통령의 지정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

[조송암 대한기록정보경영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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