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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검찰은 대선의식 말고 朴수사하되 예우는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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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다.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국가적 비극이다. 더구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된 사건을 놓고 진실을 규명하는 조사이기에 검찰의 어깨는 대단히 무겁다.

검찰은 대통령 탄핵 결정 후 5일 만에 소환을 통보하고 11일 만에 조사에 나섰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5개월가량 혼돈에 빠져 있고 심지어 대기업들마저 수사·출국금지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선거와 같은 정치 일정이나 여론 향배를 의식하지 말고 그야말로 신속하게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밝혀야 할 일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나 특별검사 수사에 번번이 불응해왔지만 이제는 불소추 특권을 잃은 마당이니 더 이상 검찰 수사를 회피할 방법도 없지 않은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들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국민 담화, 언론 인터뷰,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까닭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적절한 물증이나 관련자 증언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밝혀나가야지 감정을 자극하거나 기싸움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출두하는 동선이나 일정은 이미 알려져 있다. 지지층, 반대자 그리고 취재진이 엉켜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없지 않다. 경찰이 만반의 대비를 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검찰은 수백 개 질문을 준비하고 밤샘조사까지 각오하고 있다는데 의욕만 내세워선 안 된다. 피의자가 느끼는 모욕이나 압박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로 입회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검찰 태도를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감과 거만함이 묻어 있었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고 회고한 그 조사 후 한 달도 안 돼 우리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송곳 질문으로 철저하게 조사하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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