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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뽑을 사람이 없다카이!” “무조건 정권교체인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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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민심 르포-··갈 곳 잃은 부산…마음 못 정한 광주]

머니투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를 찾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있다. 2017.3.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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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을 사람이 없다카이!” “무조건 정권교체인디”

과거 보수 진영의 표밭이었다가 지난해 총선때 민주당이 승리한 곳 부산. 깃발만 꽂으면 승리한다던 민주당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채 국민의당에 밀린 광주. 전국 그 어디보다 정치 자부심이 강한 두 곳이다. 지난 19~20일 부산과 광주의 민심을 들었다. 장미대선을 50일 앞둔 시점이자 민주당 경선을 1주일 남짓 남긴 시점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많은 변화를 겪은 뒤였다.

◇“정권 교체는 분명한디…” = 광주의 목소리는 사실 ‘오직, 정권교체’ 하나였다. 탄핵 이후 분위기는 더 강해졌다. 다만 호남인들 마음에 100%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앞서있지만 미덥지 않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젊고 매력있지만 '대연정' 주장이 광주 민심과 약간 다른 듯 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명성이 강하지만 승리의 확신을 주지 못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에겐 여전히 마음이 가지만 국민의당의 당세가 예전만 못하다.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는 셈이다.

광주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문재인·안희정·이재명 후보 모두 좋게 본다"면서도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건 아직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60대 택시 운전사 김모씨는 냉소적이었다. 그는 "문재인은 너무 오락가락하고, 안희정은 두루뭉술하다"며 뽑을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 앞서는 이유에 대해서는 "뽑을 사람이 없으니까 지지하는 것 아닌가"라고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40대 회사원 정모씨는 여러 후보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였지만, 국민의당의 당세가 예전만 못한 지금은 화끈한 적폐청산을 예고한 이재명 시장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이 가까울수록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문 전 대표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결국 문제는 당선 가능성"이라며 "문 전 대표 본인의 인기가 낮은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전국적 지지도가 높으니, 나도 그렇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안 지사에 대해서는 ‘경험’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지만 상적으로 젊음을 장점으로 보는 이들도 적잖았다. 광주 충장로의 한 40대 남성 상인은 안 지사에 대해 "젊은 사람이 할 때가 됐다.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우리한테도 일일이 인사한다"고 지지의사를 드러냈다.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이 시장을 언급하며 "이재명이 친근하다.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했고, 적폐청산을 한다는 말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호남의 사위' 안 전 대표에 대한 충성스러운 지지층도 여전했다. 한 40대 여성은 "진정성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에게 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상관없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예선이 끝난 후 본선에서는 아무래도 호남의 특성대로 '몰아주기'가 일어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 이재명 시장 지지자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 시장이 떨어지고 문 전 대표가 된다고 해도 민주당 후보인 문 전 대표를 찍을 것"이라며 "호남은 정치적 감각이 높다. 될 놈 밀어주자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력 야권주자에게 몰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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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19일 오후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가진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3.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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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부산의 장년‧정권교체 젊은층 = 부산 국제시장에서 수십 년 간 시계방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씨(82)는 평생을 보수 후보에게 투표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투표를 포기할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뽑을 후보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엔 공감한다고 했다. “잘못을 했으니 탄핵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장씨는 여권의 몰락 이후 마음 둘 곳이 없는 전형적 보수층이다.

전통적 보수 색깔은 중장년층은 ‘흔들리는 표심’이었다. 중장년층들은 자유한국당 등 여권이 국정농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안’을 확신하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부산 영도구에 사는 김모씨(70·여)는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이 재집권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다만 어디를 뽑아야 할지 몰라서 다들 고민에 빠져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자꾸 말이 바뀌고…”라고 말했다.

국제시장 구제 거리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박모씨(46)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애초에 뽑지도 않았고 탄핵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누구를 뽑을지 결정을 못 했다"고 덧붙였다.

갈 곳 잃은 중장년층과 달리 부산의 2030 세대는 확실히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자는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였다. 부산 BIFF 거리에 친구와 함께 놀러 나온 부산외대 학생 이모씨(23·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수업 중인 교실에서 다 같이 스마트폰으로 선고 장면을 보며 환호했다"며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부산의 민심도 많이 돌아섰다. 진보 보수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로 대선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젊은이들은 현재 대선 주자 1위인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안 지사, 이 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모씨(21·여)는 "지난 탄핵 정국을 보며 어른들이 주장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야권 후보들의 공약을 다양하게 살펴보며 지지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최경민,이건희 , 부산=김유진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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