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황교안 표’ 흡수 못해, 지지율 조사에서도 빠져
정권심판이 대세, 강경 보수선 “배신자”…당 지지율도 꼴찌
‘보수개혁론’ 자리 잃어…명분 없는 ‘보수 후보 단일화’ 고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된 후 기대했던 반등은 없었고,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강경보수층 지지는 자유한국당에 쏠리고, 온건보수층과 중도층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을 선택하면서 바른정당이 내세운 ‘보수개혁’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당은 한국당과의 보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차원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3월 셋째주 여론조사 결과, 당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지율 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지난주 1%였던 유 의원은 처음 순위에서 빠졌다. 한국갤럽이 10여명의 주자들을 8명으로 걸러내는 예비조사 단계에서 지지율이 뒤처져 8명에도 들어가지 것이다. ‘황교안 표’를 흡수한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2%,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이 지난 14일 출마선언 후 3일 만에 1%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4%로, 5개 정당 중 꼴찌였다.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정권심판론이 대세가 되면서 80%의 표심은 야권에 쏠리고, 10~15%의 강경보수층은 한국당으로 결집하면서 당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한 것이 지목된다. 게다가 보수층은 탄핵을 찬성한 바른정당과 소속 주자들을 배신자 취급하면서 야권보다도 적대시한다.
이런 정서는 수치로 확인된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은 홍 지사로 가장 많이 이동하고, 중도층 공략에 힘쓰는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도 분산됐다. 반면 유 의원이나 남 지사는 ‘황교안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유 의원에 대해 ‘비호감’(73%) 답변은 ‘호감’(19%)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TK에서 바른정당 지지율(8%)은 민주당(29%), 한국당(23%)은 물론, 국민의당(9%)에도 못 미쳤다.
당도 일사불란하지 않다. 양대 주주인 김무성 고문과 유 의원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비대위원장’안을 놓고 막말을 주고받았던 양측 갈등은 김 고문 측이 남 지사를 공개 지원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고문 측은 당의 위기가 유 의원이 뜨지 않는 ‘유승민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지만, 유 의원 측은 김 고문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외부로 눈을 돌리면서 끊임없이 유 의원을 흔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평균 재산 80억원의 기득권·다선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당 구조 자체가 보수개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이 선거연령 18세 인하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등 개혁적 이슈를 놓고 갈팡질팡한 것이 단적인 예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당내에선 ‘보수후보 단일화’가 다시 거론된다. 한국당이 친박 핵심들을 정리하고, 비박 대선주자를 선출한다면 경선 등을 통한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추세라면 바른정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에 흡수되고, 바른정당은 대선에서 후보조차 못 내는 불임정당이 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이 추진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논의도 탄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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