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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유승민·남경필 안 뜨고, 보수층은 외면…바른정당,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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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황교안 표’ 흡수 못해, 지지율 조사에서도 빠져

정권심판이 대세, 강경 보수선 “배신자”…당 지지율도 꼴찌

‘보수개혁론’ 자리 잃어…명분 없는 ‘보수 후보 단일화’ 고개

바른정당이 지난 1월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된 후 기대했던 반등은 없었고,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강경보수층 지지는 자유한국당에 쏠리고, 온건보수층과 중도층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을 선택하면서 바른정당이 내세운 ‘보수개혁’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당은 한국당과의 보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차원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3월 셋째주 여론조사 결과, 당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지율 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지난주 1%였던 유 의원은 처음 순위에서 빠졌다. 한국갤럽이 10여명의 주자들을 8명으로 걸러내는 예비조사 단계에서 지지율이 뒤처져 8명에도 들어가지 것이다. ‘황교안 표’를 흡수한 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2%,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이 지난 14일 출마선언 후 3일 만에 1%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4%로, 5개 정당 중 꼴찌였다.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정권심판론이 대세가 되면서 80%의 표심은 야권에 쏠리고, 10~15%의 강경보수층은 한국당으로 결집하면서 당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한 것이 지목된다. 게다가 보수층은 탄핵을 찬성한 바른정당과 소속 주자들을 배신자 취급하면서 야권보다도 적대시한다.

이런 정서는 수치로 확인된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은 홍 지사로 가장 많이 이동하고, 중도층 공략에 힘쓰는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도 분산됐다. 반면 유 의원이나 남 지사는 ‘황교안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유 의원에 대해 ‘비호감’(73%) 답변은 ‘호감’(19%)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TK에서 바른정당 지지율(8%)은 민주당(29%), 한국당(23%)은 물론, 국민의당(9%)에도 못 미쳤다.

당도 일사불란하지 않다. 양대 주주인 김무성 고문과 유 의원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비대위원장’안을 놓고 막말을 주고받았던 양측 갈등은 김 고문 측이 남 지사를 공개 지원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고문 측은 당의 위기가 유 의원이 뜨지 않는 ‘유승민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지만, 유 의원 측은 김 고문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외부로 눈을 돌리면서 끊임없이 유 의원을 흔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평균 재산 80억원의 기득권·다선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당 구조 자체가 보수개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이 선거연령 18세 인하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등 개혁적 이슈를 놓고 갈팡질팡한 것이 단적인 예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당내에선 ‘보수후보 단일화’가 다시 거론된다. 한국당이 친박 핵심들을 정리하고, 비박 대선주자를 선출한다면 경선 등을 통한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추세라면 바른정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에 흡수되고, 바른정당은 대선에서 후보조차 못 내는 불임정당이 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이 추진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논의도 탄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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