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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정교과서 사실상 '사망'…그래도 포기않는 교육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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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로 수업하는 중·고교 5819곳 중 '0'

기존 교육과정 2~3년 유예해 또 다른 혼란 막아야

뉴스1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난 2월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며 플래카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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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법적 제재로 당분간 교과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교과서 정책이 폐기수순을 밟고 있지만, 교육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17일 경북 경산 문명고를 대상으로 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본소송(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때까지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쓸 수 없다. 지난 11일 기간제 교사를 뽑은 문명고는 다음 주(3월 넷째 주)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당분간 검정 역사교과서로 가르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도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끝까지 지킨다는 입장이다. 이날 대구지법의 인용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도 이러한 의미로 풀이된다. 경북교육청의 즉시 항고 입장도 교육부가 알렸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정책은 이미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다. 전국 5819개 중·고교(특수학교 포함) 중 국정교과서로 수업하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140여개 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 7500권을 배부했지만, 대부분 도서관 비치용이나 교사 참고자료 등 학교 보관자료여서 수업활용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현장 혼란·논란 줄이기 위해 새 교육과정 2~3년 미뤄야

국정 역사교과서가 현장에 쓰일 확률이 '제로'(0)에 가까워지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이번 판결로 박근혜정부의 국정교과서 정책은 실패인 게 확인됐다"며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가운데 44억원의 혈세를 써가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교육부 장관과 관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이 철회·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2018년부터 적용될 2015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이다. 현재 역사학계는 새 교육과정 집필기준에 보수성향인 뉴라이트 학계의 역사관이 상당수 반영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항일운동을 폄훼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잘못된 집필기준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정교과서의 명맥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혼란과 논란을 줄이기 위해 새 교육과정 적용을 2~3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 교육과정 집필기준 문제뿐 아니라, 집필기간도 부족해서다.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사는 교육부 검정을 위해 오는 8월까지 2015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새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국정교과서 문제로 집필진이 집필을 거부한 까닭에 이제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양정현 부산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교과서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역사 교과에 한해 기존 교육과정을 2~3년 유예해야 한다"며 "그 사이 새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국정교과서 금지법와 같은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혼란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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