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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안영일 화백 "도미 50년, 현대화랑서 31년만에 전시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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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안영일 화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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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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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일 화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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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랑 안영일 개인전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단색화가 안영일(83)화백 개인전이 31년만에 열렸다.

1986년 개인전 이후 처음 펼친 이번 전시에는 안 화백의 대표작 '물'연작 30점이 전시됐다.

안 화백은 '물의 화가'로 불린다.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신작으로 팔레트나이프를 이용해 사각의 작은 색점들로 화면을 빼곡히 채운 작품이다. 햇빛이 쏟아져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바다의 모습과 일렁이는 물결의 리듬을 담아낸다.

'물'연작은 멀리서는 하나의 강렬한 색상으로 만들어진 평면의 캔버스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정사각형의 점들 사이로 빛이 흘러나오며 모자이크 형상을 이룬다. 팔레트 나이프로 두껍게 칠해진 사각형의 물감들은 울퉁불퉁한 격자무늬에 맞춰 배열되어 있으며 물결에 반사된 빛의 움직임을 형상화한다.

'물의 화가'로 탄생시킨 '물'연작은 죽을 고비를 겪고 나왔다. 1983년 어느날 태평양 한가운데서 표류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보트의 엔진을 끈 채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는 동안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은 형언할 길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렇게 영원같이 느껴진 시간이 흘러갔고 극도의 공포감과 허망함으로 먼지처럼 작아져서 세상 밖으로 없어질 것만 같던 순간 나는 아!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파도는 온갖 색깔의 진주알을 확뿌려놓은 듯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내 가슴은 뻥 뚫려 나갔고 형언할 길 없는 환희가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고 파도는 파도대로 매 순간 오묘한 빛의 율동으로 출렁이고 있었는데 단한 번도 같은 빛깔과 몸짓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한없이 겸허해져서 떨리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바다의 신비로운 모습을 가슴속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그날부터 바다는 내 속에 살고 있고, 나는 바다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50년 넘게 미국에서 활동하다, 2년전 단색화가 부상하면서 재조명된 화가다.

1934년 개성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1958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서울예고와 사대부고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국전에서 추천작가로 선정되는 등 국내 화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 후 현지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작인 '물'외에도 캘리포니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풍경을 소재로 한 '캘리포니아' 등 여러 연작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LA한국문화원과 롱비치 미술관(Long Beach Museum of Art)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을 떠나온 지 50년, 한국서 마지막 초대전을 가진 지 30여 년 만에 열리는 전시인 데다 나와 오랜인연을 가진 현대화랑에서 기획한 전시라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대화랑과의 인연은 1960년대 반도화랑에서 일하던 박명자 씨와의 친분에서 비롯됐습니다. 현대화랑을 설립한 박명자 회장이 1980년대초 미국으로 나를 찾아와 한국에서 전시를 열자고 했고, 1982년에 첫 귀국 개인전을, 1986년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1987년과 1988년에는 현대화랑이 미국으로 나와서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 아트페어에 2년 연속 참가했는데, 두 번 다 나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몄습니다. 그게 30년 전이니 정말 오래된 인연입니다. 내 그림을 초창기부터 알고, 인정하고, 찾아내고, 초대해준 화랑에서 30년 만의 귀국전을 갖게 되어 무척 감격이 큽니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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