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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앵커브리핑] 꽃샘추위 물러가듯…'더딘 통과의례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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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잠시 풀렸던 몸을 다시 움츠렸습니다. 미련 많은 겨울은 마지막 걸음을 더디게 딛고 있고 우리는 그 겨울의 끝자락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꽃샘추위"

작가 김형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인이 알고 있는 날씨용어 중 가장 예쁜 이름을 갖게 된, 이 네 글자로 인하여 얄미운 날씨가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단번에 역전된다"

"겨울이 아무리 싫어도 꽃샘추위를 맞아야 벗어날 수 있고 봄이 아무리 그리워도 꽃샘추위를 건너야 만날 수 있는…"

그래서 꽃샘추위는 조금만 더 견디면 봄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용어라는 것이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어른께 들었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는 또 하나 있습니다.

법(法)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물 수(水) 변에 갈 거(去).

즉 물이 흐르는 이치와도 같이 마음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면 그것은 곧 법과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법학자인 하태훈 교수도 칼럼에서 같은 말을 했더군요.

"정의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법(法)이라는 한자도 물(水)이 흐르는(去) 형상에서 유래되었다. 만물이 자연법칙에 따르고 질서에 순응해야 정의가 세워진다는 뜻일 것"

아마도 이런 말들이 거듭 강조되는 이유는 꽃샘추위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남아있듯 때론 법이나 정의도 아픈 통과의례를 겪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자연의 이치대로 어느샌가 물러가듯 '법' 또한 흐르는 물의 이치와도 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언론학자 정은령은 광장의 촛불 사이에 선 이후 자신의 칼럼에서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가 암송했던 단테의 신곡 중 한 구절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광장에 넘쳤던 우정과 배려, 자존과 긍지, 정의와 희망의 순간들은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고, 덕(德)과 지(智)를 따르'려고 일어섰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꽃샘추위 정도야…또한 이 정도의 더딘 통과의례쯤이야…

오늘(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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