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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한국경제학회 쓴 소리 "단기투자만 관심갖는 총체적 시스템실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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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미래 먹거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신산업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진 것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의 산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스스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시스템 실패'에 빠져있다. "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1차 정책세미나'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과 정부, 연구·개발(R&D) 분야 모두 단기적인 투자에만 집중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앞으로 대선정국에서 여야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검증하고 경제학계의 역할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이 교수는 "정부, 학계, 정치권 모두 단기 지향적 상황에서 과거 유일하게 장기적으로 보던 대기업마저 외국인 주주 때문에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면서 "경제 위기의 원인은 시장실패, 정부실패도 아닌 총체적 시스템 실패"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장기적인 투자와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경제 전반에 단기·성과주의 풍토가 만연하면서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소 벤처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과감한 스톡옵션을 도입해 과감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이끌어야 하며 기존 기업에 대해서는 안정된 경영원 보장을 위한 인수·합병(M&A)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대기업의 연구 파트너였던 공공연구기관에 대해서도 "실험 단계를 넘어 시제품까지 완료하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벤처를 위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또다른 발표를 맡은 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0%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3.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일본과 같은 수준까지 진전되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개편해 인구 문제에 대한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힘을 쏟되 FDI 이외의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은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과 중국의 도전,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응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면서 향후 '고용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대선 정국으로 진입하면서 여러 공약들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면서 "경제 공약이 얼마나 충실하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정책 효과성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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