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스며든 탄핵 갈등
“참전용사 아버지, 말마다 빨갱이”
“후배와 온라인 논쟁, SNS 탈퇴”
단골 병원·식당서 대화 꺼냈다
기분 상해 불편한 관계 되기도
대학생 이모(27·여)씨도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 민주화운동을 한 큰아버지가 촛불집회에 나가라고 계속 연락을 한다. 너무 강요하니 촛불집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이젠 큰아버지 연락이 오면 읽기만 하고 메시지를 삭제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설에 외가댁에 갔던 어머니가 대통령 때문에 할머니와 연을 끊을 정도로 크게 다투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예 대화 자체를 줄이는 전략을 택한 사람도 많다. 김모(63·여)씨는 “요즘 정치 얘기가 나오면 아예 말을 안 섞는다. 한번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지고 일일이 따질 수도 없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고 말했다. 최모(25)씨 역시 “부모님이 보수적이라 정치 얘기를 하면 평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부모님과의 대화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에서 양 진영이 죽기살기 식으로 대립하다 보니 일상으로까지 싸움이 옮겨 가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도 큰 앙금이 남아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갈등 해결 컨설팅전문가인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릴 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할 때가 많다. ‘나라가 잘되길 바란다’는 큰 목표는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정서적 공감을 먼저 표시하면 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대표도 “의견 제시와 그 사람에 대한 공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념이 다르더라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윤정민·하준호 기자 yunjm@joongang.co.kr
윤정민.하준호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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