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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LG 미국 세탁기 공장은 ‘1석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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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비싸도 물류비 감안 땐 이득

‘트럼프 압박’ 선제 대처 효과도

중앙일보

LG전자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지으려 하는 미국 세탁기 공장의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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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압박인가, 사업가의 계산인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공장(조감도) 건립 배경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28일(현지시간) 빌 해슬램 테네시주 주지사와 송대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주청사에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내용은 테네시주 북부의 클락스빌에 2019년 상반기까지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해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다. 공장 땅은 125만㎡, 건물은 연면적 7만7000㎡에 달한다.

일단 MOU 체결 타이밍은 ‘신의 한 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늘리라”며 해외 기업을 압박했다. 최근 트위터에 삼성이 미국에 가전 공장을 짓는다는 한 보도를 인용하며 “땡큐 삼성”이라고 언급해 국내 가전업계를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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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미국 테네시주가 현지시간 28일 테네시주내슈빌에 있는 주청사에서 LG전자 세탁기 공장 투자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빌 해슬램 테네시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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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외부 압력에 밀려 공장 건립 계획을 서두른 건 아니란 게 LG전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세탁기 생산지를 물색해왔다. 후보지를 8개 주로 압축해 꼼꼼히 분석했고, 공장 건설비용 지원 및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한 테네시주에 자리를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건립 후보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무리 서둘러도 3년은 걸리는 복잡한 작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부랴부랴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는 다른 비용 절감으로 얼추 상쇄된다는 것이 가전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공장의 인건비는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있는 베트남·태국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 될 걸로 보인다. 하지만 대신 동남아에서 미국까지 배로 3~5주 정도 걸리던 운송 시간이 단축되고 그만큼 물류비도 줄어든다. 가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운송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재고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바로바로 생산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새 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전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 특히 연구개발·디자인·판매·서비스에 이어 생산까지 가전 사업의 모든 활동을 미국서 벌일 수 있어 시너지가 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가전시장에서 15.7%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한 LG전자는 프리미엄 드럼세탁기 분야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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