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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설왕설래] ‘사랑의 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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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어릴 적 받은 학대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전가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폴란드 정신과의사 엘리스 밀러는 저서 ‘사랑의 매는 없다’에서 아동학대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했다. 사례로 구소련 독재자 스탈린을 들었다. 스탈린은 어린시절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매일 두들겨 맞았다. 그 후유증 탓인지 커서는 다른 사람이 자기 목숨을 노린다는 망상을 했다. 스탈린은 집권 후 수백만명을 강제수용소로 보내거나 처형했다. 아동폭력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밀러의 분석이다.

아동이 부모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전남 광양에서 20대 부부가 두 살배기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다. 경기 이천에선 세 살 여아가 친모와 외조모에 의해, 안산에서는 의붓아들이 계모에 맞아 숨졌다.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 지난해 36명으로 느는 추세다.

아동을 학대한 부모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아이를 죽인 부모나 단순한 체벌로 입건된 부모 모두 잘못된 행동을 고치려 매를 들었다는 것이다. 범죄 전과나 정신질환이 있는 이가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어른이라는 점이 놀랍다. 설사 ‘사랑의 매’라고 할지라도 훈육 효과는 별로 없는 학대일 뿐이라는 게 정신과전문의들의 견해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는 마음의 병으로 평생 지속될 정도로 상처가 깊다.

칼릴 지브란은 산문시집 ‘예언자’에서 ‘부모는 활, 자식은 화살’에 비유했다. “활이 흔들리지 않아야 화살도 제대로 날아간다”고 했다. 아동학대 예방책으로 부모교육이 많이 거론된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전국 시·도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을 벌이고 있다. 학대 사건 가해자의 80%가 부모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은 의도로 자녀를 키우지만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부모교육 신청도 한 방법이다. 여성가족부가 부모교육 이수자 설문을 했더니 10명 중 9명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이는 각자 작은 우주이고 소중한 보물이다. 보물은 잘못 다루면 망가지게 마련이다. ‘사랑의 매’는 세상에 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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