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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롯데를 때리고 한국을 벌하자" 격앙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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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경북 성주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부지로 내주기로 하자 중국 언론들이 “한국을 징벌해야 한다”며 ‘준단교’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미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롯데 등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매운동을 뒤에서 선동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훈련 등 무력시위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된 롯데, 중국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설을 게재하고 롯데 불매운동을 예고했다. 신화통신은 “롯데가 국가안보를 고려해 군에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면 중국인들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이런 기업과 기업의 상품에 ‘노’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정권에도 점수를 따면서 이익도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일은 없다. 롯데가 이런 간단한 이치를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그 답을 알려주겠다”고 경고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롯데를 때리고 한국을 벌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사드는 한국에 이익보다 위험이 훨씬 클 것이다. 역사를 통해 한국 위정자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롯데의 부지 제공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단호히 취하겠다. 그 후과는 미국과 한국의 몫”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응으로는 일단 러시아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사드 배치를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할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미디어인 샤커다오(俠客島)는 “사드가 정말 한국에 배치되면 중·한 관계는 준단교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러시아와 손잡고 한·미·일의 미사일 체계에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CCTV는 롯데의 결정 직후 중국의 반대 뿐 아니라 러시아의 반대 입장을 강조해 보도하면서 아시아 전체의 안보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 롯데에 대한 압박의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세무·소방 당국은 지난해 말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의 전 사업장에 대대적인 위생점검과 세무조사를 벌였다. 롯데가 선양에 짓던 테마파크 공사는 중단됐다.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이 첫 고비다. 이날 방송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롯데가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애플 등 여러 외국 기업들이 소비자의 날에 도마에 오른 전례가 있다. 롯데와 제휴한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업체 징동(京東)도 함께 유탄을 맞을 조짐이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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