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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프로의 미덕은 정교한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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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이세돌 9단

중앙일보

7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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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72~83)=프로들의 싸움이 살벌해 보여도 피비린내 나지 않고 우아하기까지 한 이유는 뭘까. 프로들은 물러설 데 없는 벼랑에 몰리지 않는 이상 ‘너 죽고 나 죽자!’는 개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바로 이 장면. 프로의 미덕은 타협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절묘하게 득실을 맞춰 불만 없이 갈라선다.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프로바둑의 고수들처럼 정교한 타협의 기예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앙일보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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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은 불리한 패(결과의 부담도 백보다 크고 우변이 백의 팻감 공장이다)를 결행하지 않는다. 73으로 몰고(74…▲) 75부터 79까지 일단락. 수순 중 76, 77이 정교한 손속으로 80까지, 쌍방 안전을 도모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83은 좋은 버팀. 섬세한 수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수는 둘 수 없다.

일례로 ‘참고도’ 흑1로 허겁지겁 살아가기에 바쁘면 백2로 한방 두드린 다음 백4로 살아 대만족. 서로 살고 살아간 형태지만 백은 흑의 진영을 초토화시킨 데다 외곽의 두터움까지 구축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백이 좋다. 실전처럼 백A로 차단해도 흑B가 선수. 백C, 흑D로 산다. 83의 곳을 얻어맞은 ‘참고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그림. 상변과 좌상귀 전투에서 백이 상당한 전과를 올렸으나 형세는 만만치 않다. 톡톡, 탁자를 두드리는 이세돌의 손가락 리듬이 빨라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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