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트럼프가 ‘가짜뉴스‘ 지목한 뉴욕타임스·가디언·CNN 등 백악관 브리핑 배제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백악관 비공식 브리핑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해 언론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CNN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방송사 카메라가 촬영하지 않는 ‘프레스 개글’(press gaggle·비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CNN과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로스엔젤레스타임스, 의회전문지 더 힐,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 상당수 주류 언론사를 제외했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릴랜드 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Photo by Olivier Douliery - Pool/Getty Image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NN은 이들 언론사의 취재진이 스파이서의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할 때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서 입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CNN과 뉴욕타임스, NBC, CBS 등을 지목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뉴스 매체로 나의 적이 아니라 미국인의 적”이라고 말하며 공격했다. 행정부를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 매체로 지적해 공격하고 급기야 백악관 브리핑에서 배제한 것은 미국 언론·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정부 대변인인 사라 샌더스는 이번 조치를 해명하는 짧은 성명에서 “백악관은 ‘풀(pool)’를 운용하고 있어서 모두가 대표될 수 있고 최근 추가 사항들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실제와 다르다. 백악관은 풀을 이용할 경우 보통 텔레비전 방송사 한 곳, 라디오 방송사 한 곳, 신문매체 한 곳을 지정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텔레비전 5대 매체 중 NBC, ABC, CBS와 폭스뉴스가 모두 포함된 반면 CNN만 빠졌다.

신문사의 경우도 뉴욕타임스가 배제된 반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비롯해 보수 매체들은 참여할 수 있었다.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스티븐 배넌이 창업한 인터넷 매체로, 현재 이른바 ‘대안 우파’(alt-right)라는 새로운 극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비공식 브리핑에는 ABC, CBS, NBC, 폭스 등 주요 방송사와 로이터 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참석했으나 AP 통신과 시사주간지 타임, USA투데이 등은 백악관의 사실상 비판적 언론사 ‘재갈 물리기’ 조치에 항의해 브리핑을 보이콧했다.

CNN은 “이번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싫어하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보복하는 방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여러 정당의 여러 행정부를 취재해온 우리의 오랜 역사 동안 이런 일은 백악관에서 전혀 없었던 일이다”라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배제된 것에 강하게 항의한다. 투명한 행정부에 자유롭게 언론이 접근하는 것은 명백히 우리의 핵심적 국익이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대변인도 성명에서 “비공식 브리핑에 특정 언론을 배제한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라며 “당시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알았더라면 우리도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런 폐쇄적인 브리핑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폴리티코, 버즈비드, AP통신도 비판 성명을 냈다. 백악관 기자단의 제프 메이슨 간사도 성명을 내고 “기자단은 백악관의 오늘 ‘개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기자단 차원에서 공식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경향신문

출처: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 뉴스’, ‘미국인의 적’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州)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도 “우리가 지금 가짜 뉴스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들은 가짜고 허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며칠 전에 가짜 뉴스들을 ‘국민의 적’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들은 그렇다. 국민의 적”이라면서 “왜냐면 그들은 구체적인 출처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얘기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