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수여식부터 ‘독수리 가운’ 입어
“깔끔하고 학교 상징색 넣어 좋아”
서울대, 2012년 고유 학위복 마련
조선 선비옷 본떠 남청색 가운으로
고려대, 학과별로 다른 상징 마크
성균관대, 조선시대 관복 스타일
달라지는 대학 졸업식 패션
입학하기까지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졸업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라는 한국 대학의 특수성 탓일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대학생들의 패션은 나날이 다양해지는데 학위수여식 때 입는 졸업 예복은 수십 년째 한결같이 칙칙한 디자인이다. 대학 생활의 낭만도, 애교심도 떠올리기 힘든 사각형 모자와 검정 가운. 100년 넘게 전국 대학 통일이다. 졸업식 날 찍은 사진을 보면 어느 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검은색 학위복의 유래는 중세시대 대학의 출현과 관련돼 있다. 12세기 유럽 대학에서 학생들은 검은색이나 갈색의 두껍고 긴 가운 모양의 옷을 입었다. 성직자나 수도자를 교육하는 성당학교가 대학의 모태였기 때문에 성직자들의 외출복이 교복이 됐다. 교복은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변했고, 결국 졸업식 등 특별한 행사 때만 입는 예복으로 남게 됐다. 유럽 대학의 학위복은 미국으로 옮겨져 프린스턴대에서 만든 규약에 따라 표준화됐다.
1908년 제중원 1회 졸업식에서 미국에서 건너온 학위복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 연세대] |
1941년 연희전문 문과대를 졸업한 윤동주 시인 졸업사진. [사진 연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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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년 만에 디자인을 바꾼 연세대 학위복.교색인 ‘로열블루’를 넣어 한층 밝은 분위기다.[사진 해당 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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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바뀐 서울대 학위 가운은 조선 시대 선비옷에서 착안해 디자인했다. [사진 해당 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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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학위 예복은 학교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 시대유생의 복식을 개량해 만들었다.[사진 해당 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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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학위 가운과 학위모를 쓰고포즈를 취한 졸업생들.[사진 해당 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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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별로 다른 상징을 그려 넣거나, 장식물의 색을 달리해 어떤 학문을 전공했는지 강조하기도 한다. 고려대는 검은색 가운 앞면에 학교 상징 색인 빨강으로 두 줄을 넣고 학교 마크를 붙인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졸업식부터는 여기에 더해 지난해 새로 만든 단과대별 상징 마크를 붙인 스톨(긴 띠)을 어깨에 걸치도록 했다.
대학들이 이렇게 졸업식 단장에 공을 들여도, 취업을 못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졸업장만 대리 수령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취업문이 더 좁아진 탓에 대학생들의 평균 재학 기간은 점점 길어진다. 지난해 5월 기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청년층(15~29세) 인구 중 대졸자는 293만2000명으로 이들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4년2.6개월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개월 늘었고,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이다. 4년제 진학을 선호하는 경향에 더해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을 유예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탓이다. 학위복은 변신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장과 학사모가 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시대가 됐다.
① ② 옥스퍼드대 박사 학위복과 학사 학위복. ③ 프린스턴대 졸업생이 입는 학위 예복. ④ 졸업식 행진 선두에 서는 교수도 학교 고유의 가운을 입는다. [사진 해당 대학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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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예일대, 환경보호 위해 플라스틱병 재활용 가운 사용
국내 대학 학위수여식도 자세히 보면 밋밋한 검정 가운 차림의 졸업생들과는 대조적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가운을 입은 교수들이 있다. 교수들이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 대학교의 학위복을 입고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 명문대들은 오래전부터 각 학교를 상징하는 특색 있는 학위복을 만들어 입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대처럼 검정 바탕에 학교를 상징하는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학교의 경우 가운에 학교색인 주황색의 벨벳 천을 덧대고 사각모에 금색 술을 달아 차별화했다. 모자와 학위복을 구입하려면 약 100만원이 들지만 대다수 졸업생이 사 입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거의 모든 학교 행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이 따른다. 가장 큰 행사인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의 경우 검정 가운과 검정 학위모를 공통으로 착용하고 후드를 착장한다. 후드의 모양, 소재, 색상은 전공과 학위과정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된다. 예를 들어 같은 학사학위라도 신학 전공자는 검정 실크 후드에 심홍색 띠를 두른다. 순수예술 전공자는 금색 띠를 둘러야 한다. 철학·음악·목회학 등 7개 주요 전공은 박사학위자를 위한 별도의 가운이 있다. 신학박사는 앞단과 소매만 검정 벨벳 소재로 만들어진 주홍색 가운에 사각모를 쓰고, 음악박사의 경우 앞단과 소매가 체리색 실크로 강조된 크림색 실크 가운을 입는다.
예일대는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든 가운과 사각모를 사용한다. 가격도 10만원 이내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대처럼 검정 바탕에 학교를 상징하는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학교의 경우 가운에 학교색인 주황색의 벨벳 천을 덧대고 사각모에 금색 술을 달아 차별화했다. 모자와 학위복을 구입하려면 약 100만원이 들지만 대다수 졸업생이 사 입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거의 모든 학교 행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이 따른다. 가장 큰 행사인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의 경우 검정 가운과 검정 학위모를 공통으로 착용하고 후드를 착장한다. 후드의 모양, 소재, 색상은 전공과 학위과정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된다. 예를 들어 같은 학사학위라도 신학 전공자는 검정 실크 후드에 심홍색 띠를 두른다. 순수예술 전공자는 금색 띠를 둘러야 한다. 철학·음악·목회학 등 7개 주요 전공은 박사학위자를 위한 별도의 가운이 있다. 신학박사는 앞단과 소매만 검정 벨벳 소재로 만들어진 주홍색 가운에 사각모를 쓰고, 음악박사의 경우 앞단과 소매가 체리색 실크로 강조된 크림색 실크 가운을 입는다.
예일대는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든 가운과 사각모를 사용한다. 가격도 10만원 이내다.
이현 기자 lee.huyn@joongang.co.kr
이현 기자 lee.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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