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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타뉴스][오래전 ‘이날’] 2월25일 회사가 노리는 명퇴대상 안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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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1997년 2월25일 회사가 노리는 명퇴대상 안되는 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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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1997년은 한국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시기였습니다. 단군 시대 이래 유례 없는 불황이라면서 ‘IMF 시대’로 불렸던 때였죠.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 너무 많이 이뤄져 사회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며 휘청이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런 기사가 1면에 실렸었네요. 회사가 싫어할 만한 명퇴대상의 전형들을 꼽은 기사였습니다.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정말 이런 사원들이 있었을까 싶네요. 게으르고 자신의 일을 피하기만 하면서 월급 불평만 늘어놓는 사원들을 회사가 가장 싫어하고 쫓아내고 싶어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농산물유통공사가 이런 직원들을 ‘신 팔불출’이라고 지칭하고, 이들처럼 해선 안된다는 ‘칠거지행’ 조항을 소개한 것입니다. ‘2~3차를 부르짖으며 밤에만 생기있는 사원’ ‘내용은 못보고 토씨만 고치는 관리자’ ‘깨끗하고 장수가 많은 문서만 고집하는 사원’ 등. 회사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다 같이 고통을 나누며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에서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너무 팍팍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늘 회사를 욕하면서 사표는 절대 안쓰는 사원’ ‘전화기를 들면 무조건 <여보세요>로 시작하는 사원’ ‘1년 열두달 책 한권 안보는 사원’ 등을 꼽은 건 요즘 시대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가 회사의 일원으로서 즐겁게 함께 일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부분까지 트집을 잡힐 이유는 없기 때문이죠. 특히 ‘늘 회사를 욕하는 행위’가 나쁜 행위일까요? 회사의 일원인 노동자로서 회사를 비판하고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에도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이 같은 ‘신 팔불출’과 ‘칠거지행’이 여전히 존재하는 회사가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회사와 노동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1987년 2월25일 입학하기 전에 글씨는 몰라도 되는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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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초등학교 입학철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글은 다 떼고 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한술 더 떠서 많은 아이들이 7살 이전부터 이미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에 회화, 수학까지 배운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 2~3개씩은 기본으로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30년 전인 1987년 초등학교 입학 시즌, 서울YMCA가 ‘어머니를 위한 예비 국민학교 교실’에서 안내한 내용을 소개한 기사를 보시죠. 주로 아이들에게 ‘학교란 이런 곳’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유일한 ‘선행학습’이었던 때였습니다. ‘학교 가는 날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 ‘많은 친구와 놀이터, 꽃밭, 넓은 운동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게 하기’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일까요?

당시 부모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당부한 것은 ‘듣기훈련’이었습니다. 5분 이상을 집중해 듣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죠. 아이들이 몸을 비비 틀거나 하품을 하지 않고 똑바로 몸을 가누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듣기만 잘해도 학습하는 자세의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라고 본 것이죠.

특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한글 읽기·쓰기는 “몰라도 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글씨는 학교에서 가르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지난 19일 교육부가 내놓은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은 이런 30년 전의 교육기조를 다시 생각나게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글씨를 읽고 쓰는 법 보다도 먼저 ‘연필을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일선 교사들에게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쓰는 아이들에게 연필을 잡는 것부터 알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올바른 학습자세를 잡게 하고, 자판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글을 쓰며 공부하는 습관, 그리고 인내심 등을 기르도록 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영어회화나 수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른들이 먼저 깨우쳐야 할 것 같습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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