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6 (목)

1인당 빚 2600만원…돈 쓸 엄두 못내 `저성장 악순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가계빚 1344조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년여 사이에 가계부채는 380조원이 급증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298조4000억원)을 훨씬 웃돈다. 가계부채를 통계청의 2017년 추계인구(5144만6000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2613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급증하면서 경제 전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계가 빚에 허덕이게 되면 소득이 추가로 늘지 않는 한 소비나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할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가장 큰 엔진인 민간소비의 불씨가 꺼지면서 내수가 죽게 되고 그 결과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늘리지 못하게 된다. 한마디로 빚에 짓눌려 악순환을 거듭하는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

한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3월 기준 165.4%로 전년 대비 6.1%포인트 급등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비교 기준 비율로 보면 2015년 기준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170%로 비교 가능한 OECD 22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1일 "북유럽은 복지제도가 탄탄해 부채 비율이 높아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에서 늘어난 가계부채는 결국 미래 세대에 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기 위해선 소득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가계소득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 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로 작년 1분기 0.8%, 2분기 0.8%, 3분기 0.7%에 그쳤다. 물가 상승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인 소득은 작년 1분기 -0.2%, 2분기 0.0%, 3분기 -0.1%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렇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가계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최근 민간소비 위축은 이미 늘어난 가계부채와 연관이 깊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제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고용도 줄고 결국 다시 민간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다 보니 결국 가장 활발히 소비활동을 펼쳐야 할 30대도 지갑을 닫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 정책수석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대 중에서 가계부채 한계가구 비중이 18%에 달해 60대 한계가구 비중(18.1%)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국회 정책수석실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고 있는 가구 중에서 한계가구 비중이 높다"면서 "가처분소득보다 원리금상환액이 더 많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아 연체 우려가 커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가 가져올 또 다른 문제는 양극화 심화다. 금융당국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상환 여력이 없는 한계가구가 많은 저소득층부터 대출을 죄기 시작하면서 변동금리 비율이 높은 신용대출을 주로 이용하는 저신용·서민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2.4%였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가계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95.1%에 달했다. 심지어 최근 들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데, 지난 1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간 3.29%로 2015년 2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강화로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서민층의 대출이 먼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에 올 하반기부터 소비 감소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그동안 소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던 가계부채가 올 하반기부터 소비 제약 요인으로 돌아서면서 2017년 소비 증가율을 0.63%포인트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