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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100만명 모여도 20분이면 청소 끝 … 광화문 ‘우렁각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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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청소작전 이끄는 장만수 팀장

넉 달간 토요일마다 오후 1시 출근

시·구청 직원 30명 실시간 SNS 연락

행진 중에도 틈 생기면 미화원 투입

기름 새는 버스, 노점상 화재 진압도

시민의식 점차 나아져 청소시간 단축

중앙일보

장만수 서울시청 도시청결팀장이 쓰레기를 들고 18일 열린 16차 광화문 촛불집회 청소 구역을 설명하고 있다. 장 팀장 뒤로 집회 참가자들이 보인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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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8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인파가 사라진 세종대로 곳곳에는 환경미화원 10여 명이 나타나 현장 정리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들 사이로 장만수(59) 서울시 도시청결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장 팀장은 광화문광장 일대에 쓰레기 더미를 쌓아놓은 20여 곳을 일일이 둘러보다 쓰레기가 넘칠 것 같은 봉투에 다가가 내용물을 꾹꾹 누른 뒤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 그 뒤 그는 미화원들에게 꼼꼼하게 작업 지시를 했다. 어디론가 분주히 전화를 하는 듯 하다가는 눈앞의 쓰레기 봉투를 챙기는 일에 여념이 없다. 장 팀장은 “집회 참가자들이 많을 때는 돌아다니기도 어렵다. 행진으로 사람들이 빠질 때부터 청소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시라도 빨리 청소를 끝내고 도로 통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 청소는 집회가 끝난 지 20여 분 만인 오후 11시쯤 끝났다. 그 덕에 당초 목표 시간보다 40분이나 먼저 도로통제를 풀 수 있었다.

장 팀장은 요즘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우렁각시’라고 불린다. 쌓인 집회 쓰레기를 치우고 도로를 정리하는 게 그의 일이다. 1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출근한다. 퇴근 시간은 집회가 끝나고 다시 차가 다닐 정도로 정리됐을 때다. 광화문 집회 청소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이날도 시청 공무원과 환경미화원 등을 합쳐 139명의 청소 인력이 투입됐다. 장 팀장도 토요일 오후 1시에 어김없이 광화문으로 출근해 집회 장소 일대 쓰레기통 상태 등을 확인한다. 이때부터 광화문과 종로 일대 등 집회 현장을 10바퀴 이상 도는건 기본이다. 담당 직원들 역시 저격수처럼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대기하며 청소가 필요한 지역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서로에게 연락한다.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고 여기에 인파까지 몰리면 집회 현장 자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청소 작전은 광화문·청계천·서울광장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물론 종로ㆍ중구의 담당 공무원과 환경미화원이 총출동한다. 요즘엔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힘을 보탠다. 인력들의 유기적인 연락은 필수다. 시·구청 직원 30여 명이 모여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체 채팅방을 통해 장 팀장의 지시가 전달된다. 17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던 6차 집회(지난해 12월 3일) 때는 400명 가까운 인원이 동시에 투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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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 청소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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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를 따라 빠르게 도로변을 정리하는 것 못지않게 쓰레기 봉투를 집회 장소 곳곳에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회 때마다 대형 쓰레기 봉투 880~3600장(100L 기준)을 쓴다. 장 팀장은 “집회 전에 쓰레기통 150곳에 봉투를 새것으로 갈고 도로 곳곳에 봉투의 입구를 돌돌 만 뒤 쓰레기를 조금 담아 세워놓고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처음 100만 명이 모였던 3차 집회(지난해 11월 12일) 때 곳곳에 쓰레기가 넘친다는 연락을 받고도 인파에 발이 묶여 처리하지 못했던 경험 덕에 생긴 노하우다”고 말했다. 그는 “행진 시간을 미리 파악해 미화원을 즉시 투입하는 ‘번개 청소’도 그때 배운 경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15차 집회(11일) 때는 미국 대사관 앞에 있던 경찰 버스에서 경유가 새어 나와 도로에 급히 모래를 깔았다. 같은 날 노점상에서 불이 나 소방차 도움을 받아 15분 만에 끄기도 했다.

요즘은 촛불집회 참가자와 태극기집회 참가자 간 충돌이 생길까 가슴 졸이는 날도 늘고 있다. 노점상에서 버리는 폐식용유나 음식물은 골칫거리다.

집회 한 번에 도로 열 곳 이상은 폐식용유 등으로 더럽혀진다. 장 팀장은 “요즘은 기온이 낮아 도로가 얼까 봐 물청소를 못한다. 상인들이 시민 의식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집회가 거듭될수록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위안이 된다”는 그는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직접 모아두고 가져가기도 해 오늘도 20분 만에 청소를 마쳤다. 앞으로도 미화원과 시·구청 직원 모두 힘을 합해 ‘깨끗한 서울의 얼굴’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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