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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바다의 피라미드’를 왜 한국에 보내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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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한반도와 미국의 3차 상쇄전략


한겨레

스텔스 기능에 헬리콥터와 무인기 이착륙까지 가능한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 줌월트(DGG-1000)가 미국 샌디에이고항에 정박하고 있다. 미 해군 최첨단 구축함인 이 배의 155㎜ 함포는 154㎞까지 타격할 수 있으며 토마호크 등의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는 20개의 수직발사대가 설치돼 있다. 또 2020년께 전자기력을 활용해 무거운 탄체를 음속 8배의 초고속으로 발사하는 레일건도 장착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미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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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 미국 하와이에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필자를 비롯한 한국 국방위원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제주나 진해와 같은 한국 기지를 모항으로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인 줌월트(DDG-1000)를 배치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전략자산을 한국에 배치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한 태평양사령관의 대담한 제안에 필자를 비롯한 국방위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필자가 “그런 전략자산 배치는 민주 국가인 한국에서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지 일방적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자 해리스 사령관은 “여기에 온 한국 의원들이 다 찬성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 후퇴하는 거냐”며 필자를 노려보았다. 뒤이어 그는 “이 구축함을 한국이 받아준다면 다른 전략자산도 전개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미 태평양사령관 깜짝 제안의 속내는

단순히 지나가는 언급이 아니라고 직감한 필자는 동행한 미군 장성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에게 해리스 제독이 말한 구축함 전진배치의 진의를 탐문했다. 현대전에서 바다의 종결자이자 ‘바다의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는 줌월트 구축함은 새로운 개념의 전자식 함포로 레일건을 시험운용하고 있다. 레일건에서 전자기의 힘으로 발사하는 철갑탄은 음속의 8배 속도로 날아가 표적을 더 먼 거리에서 정밀하게 타격한다. 만일 이 구축함이 제주도에 배치된다면 중국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미국은 버지니아 댈그런 기지에서 레일건 개발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스텔스와 최첨단 레이더 기능을 보유한 이 구축함은 서해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에 맹폭을 가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전략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미 관계자들은 이 구축함을 서해로 전진 배치해 비무장지대의 북한 장사정포를 제압하는 대화력전을 수행하는 작전개념이 준비되고 있음을 필자에게 설명해주었다. 아울러 주한미군은 전쟁 초기에 북한의 장사정포를 최단시간 내에 제압하고 북한 정권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개념으로 줌월트 구축함을 비롯한 전략자산을 활용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이 구상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으면 10분 내에 한국은 방어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사드, 패트리엇 등 이미 배치하기로 계획된 미사일 요격체계 외에 미국은 한반도 인근에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 배치하고 정찰기(EA-18G, E-2D), 해상기반극초단파레이더(SBX)와 연계하여 촘촘한 미사일방어망을 구상하고 있다. 이지스함에 배치되는 미사일 요격시스템(Base line-9)은 슈퍼호닛, 호크아이, 공중 레이더 능력과 연계되며 한국 내 공중방어 및 미사일 자산과 통합 운용되는 통합공중미사일방어(IAMD)로 나아갈 예정이다.

한편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미국 사드 포대의 극초단파 레이더는 일본 안에 이미 배치된 동일한 레이더와 연동되어 한반도 주변에서 중첩된 감시망을 형성한다. 이렇게 일본 레이더와 중첩된 감시를 하는 이유를 묻자 미 관계자는 “신속성과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성주는 일본 MD의 꼭짓점

그 이치는 이렇다. 우리가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로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건 3군데의 위성전파를 활용한 삼각측량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날아오는 표적은 지상의 3군데 레이더가 함께 탐지해야 탄두의 정확한 형상과 속도, 궤도를 계산할 수 있다.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오직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혼자 작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의 미사일 자산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으며, 성주는 횡적으로 전개되어 있는 일본의 극초단파 레이더를 연결하는 삼각형의 꼭짓점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대한민국이 일본의 미사일방어에도 기여하면서 한국 방위를 초월한 지역방어 역할까지 신장시켜준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이렇게 보면 성주의 사드 포대가 일본 방위를 위한 조기경보체계의 일환이라는 점도 분명해진다. 우리 국방부는 줄곧 부인하지만 결국 한국은 일본과 협조해야만 미사일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은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한·미·일 정보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전개념을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의 미사일방어를 위한 전략자산이 통합되면 그다음 순서는 지휘통제(C2 command, control) 통합이다. 미국은 아직 한국과 일본이 단일 지휘통제로 통합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미사일방어체계의 궁극적 완성이 지휘통제의 통일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동일한 정보 데이터와 동일한 미사일방어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국가끼리 지휘통제의 혼선을 초래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한·미·일의 미사일방어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단일 지휘관이 출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인다.

한·미·일이 동일한 목적을 위해 하나의 국가처럼 공동의 작전을 실행할 수 있는 공동방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개념은 2014년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방안보’(federated security) 개념을 통해 처음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변혁의 핵심 열쇳말이 ‘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이다. 이 개념은 기존의 한반도 방위목적의 한-미 동맹을 지역안보 동맹으로 확장하면서 한·미·일이 하나의 국가처럼 공동의 방위를 위해 움직이는 새로운 국제협력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제시한다. 바로 이 점이 지난해 7월 사드 배치에 이어 11월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배경이다.

미, 중 막으려 3차 상쇄전략 택해
한-미 동맹 지역 공동방위체로 확장 포석
한국 사드배치, 일 조기경보체계 도움
한-미-일 지휘체제 통합 가능성도

한국에 첨단무기 공동개발 제안도
3월 국방연구소장 미 방문 예정
북한 막으려 전력자산 수용하면
중과 갈등 커져 국제전 불씨 될 수도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선도하는 미래를 설명하는 열쇳말은 4차 산업혁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최근 국회 연설에서 설파한 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증기혁명(1차), 전기혁명(2차), 정보혁명(3차)처럼 특정한 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기술혁명이 아니다. 매우 포괄적이고 복합적이어서 설명이 쉽지 않은 이 새로운 혁명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새로운 미래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새로운 기술혁신에 민감한 미 국방부는 2014년부터 군사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혁신 전략을 ‘3차 상쇄전략’이라고 부른다.

2014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1950년대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 우위를 상쇄하는 미국의 핵전략을 1차 상쇄전략, 1970년대에 핵전략에서 소련이 미국을 추월하자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전쟁 네트워크로 다시 이를 상쇄한 것을 2차 상쇄전략이라고 지칭했다. 카터 행정부에서 개발된 스텔스, 위성항법과 정밀유도 기술은 1991년의 걸프전을 통해 구체적 결실을 거두며 21세기 미국의 유일 패권을 뒷받침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도전국들이 이미 이런 기술을 다 갖추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함에 따라 유일 패권의 핵심 기반인 군사적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러한 도전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이 헤이글 장관이 천명한 3차 상쇄전략의 내용이다.

인공지능과 최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군대

이 전략의 핵심은 군사적 경쟁국이 미국의 기술을 추월하는 데 너무나 많은 비용이 소요돼 감히 미 군사력의 우위를 넘볼 수 없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선도형 창끝 기술: ?leading edge technology)를 확보한다는 데 있다. 미 국방부는 향후 5년 동안 우리 돈으로 35조원을 군사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그중에서 3차 상쇄전략과 관련해 4조원 이상을 6개 분야에 배정할 계획이다. 레일건, 지향성 에너지 무기와 같은 최첨단 비밀기술 개발에도 6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6개 분야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의 핵심 내용인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을 무력화하는 것뿐 아니라 유도무기 분야, 수중전, 사이버/전자전, 인간-기계의 협동, 워게임과 작전개념 발전을 말한다.

미 국방부 산하의 전략능력국(SCO)과 국방고등기술개발국(DARPA)은 낮은 투자비용으로 미국의 군사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차세대 기술을 설계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미 국방예산만으로 상쇄전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동맹국의 재정과 기술을 최대한 참여시켜 집단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 안보에서의 다자주의를 도모한다. 최근 한-미 국방부 간에 북한의 핵·미사일 공동대처를 논의하는 가장 핵심 전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전략에 따르면 먼저 한국이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증액하여 미국의 상쇄전략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동북아 지역안보에 한국도 일정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동맹의 역할도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3차 상쇄전략은 한국이 미사일방어의 지역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한국 방위에 대한 국제적 지지도 확보하고 지역안보에 한국의 역할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한겨레

미군이 2014년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제공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우리 국방부에 유엔사령부 9개 전력제공국(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타이, 터키,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필리핀, 미국)과 한국이 다자협정으로, 일명 행정협정이라 알려진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전쟁이 나면 일본을 발진기지로 하여 한국에 군사력을 전개하는 이 9개국에 한국의 기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하자는 이 요구에 우리 국방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령부를 기축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수행체제를 혁신하려는 미국은 한국 방위가 한-미 양자동맹 현안이 아니라 지역안보 현안이라는 방향으로 그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여기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태평양사령부의 핵심전략과 북한으로부터의 한국 방위는 그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지역의 문제가 한반도의 문제이고 한반도의 문제가 지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은 ‘작은 중국’이다. 북한의 전략 로켓군 창설과 핵·미사일 개발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의 북한판 닮은꼴이다. 따라서 중국 견제와 북한 압박을 위한 미국의 전략자산은 동일한 전력으로 구성된다. 북한으로부터의 한국 방위를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수용하는 순간 우리는 숙명적으로 중국과 대치관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은 자신들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한국도 3차 상쇄전략에 참여하기를 주문하면서 공동의 기술개발 제안도 준비하고 있다. 3월로 예정된 김인호 국방과학연구소장의 미 국방부 방문은 그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성공이 불확실한 도박에 참여할 것인가

그러나 상쇄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우선 상쇄전략의 핵심개념이 매우 모호해서 무엇이 최첨단 기술인지 식별하기가 어렵다. 또한 동맹국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할 경우 미국의 첨단기술이 유출될 위험성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이 기술 보호주의로 회귀할 경우 국제협력은 붕괴된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와 문화가 달라 공동 방위를 구현하기 어려운 동아시아에서 국가 간 협력이 유럽에서와 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겠느냐는 의문이다. 한·미·일 전략자산의 통합운용은 결국 한반도 분쟁의 국제화를 초래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유엔사령부를 기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한반도 전쟁수행체제를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안보에서의 다자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안보에서 다자주의를 구현하는 또 다른 보완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환태평양경제공동체구상(TPP)이었는데, 이를 깬 당사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러면 경제에서 다자주의가 붕괴되고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미국이 안보에서 다자주의를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미국 우선”을 외치는 미국은 한국에 환율을 절상하고 대미 수출을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통상과 이민에서 적대적인 정책을 남발하는 미국이 안보에서 동맹을 외치고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먹혀들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순수하게 군사적 영역에서의 3차 상쇄전략은 다른 경제적 갈등 요인에 의해 실현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미국의 이러한 딜레마는 우리가 무조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주도적으로 국가 이익을 설계하고 관철시키는 행동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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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를 지향한다. 제20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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