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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삼성 경영시계 멈췄다…한국경제 리스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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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매출만 30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경영시계가 완전히 멈춰섰다. 창업 79년만이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아 삼성은 '리더십 부재'속에 갖은 악재를 뚫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2008년 삼성 특검때만 해도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리더십 공백 이슈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새벽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2시간 만에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 자료만 낸 채 긴 침묵에 들어갔다. 국내 임직원이 21만명에 달하고, 협력업체만 4300여곳에 달하는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선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컨트럴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당분간 그룹차원의 의사결정을 조율할 수 있지만,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이 특검 조사 대상인 상황이라 예전같은 기능을 발휘할 순 없는 상황이다. 사장단이 협의를 통해 당장의 현안 정도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집단협의체가 주된 의사결정체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 불구속을 전제로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혁신방안과 사장단 인사, 올해 투자결정, 채용일정 등을 준비했던 경영일정도 무기한 연기됐다. 연말에 이미 단행됐어야할 사장단 인사가 또다시 늦춰짐에 따라 새로운 사장과 임원진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올해 사업계획과 투자, 신규 채용 확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진행했던 중장기적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도 당분간 올스톱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총수가 막판에 최종 결심을 해줘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회장이 해외 정상이나 파트너를 직접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을 내기는 힘들 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신인도 하락도 큰 문제다. 이 부회장 구속 소식이 알려지자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정·재계를 뒤흔들고 있는 부패스캔들에 삼성 후계자가 구속됐다"며 뇌물혐의를 받고 있음을 크게 부각시켰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수의를 입고 특검에 불려다니는 모습이 외신 주요 뉴스로 등장할텐데 비리 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향후 해외 거래와 사업에서 차질도 솔직히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횡령이나 배임이면 차라리 낫다"며 "뇌물죄로 엮일 경우 국제 거래 자체가 금지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FCPA 제재 대상이 될 경우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연기금이나 일부 펀드의 경우 뇌물죄, 금수조치 국가와 거래, 자금세탁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사례가 있어서 좀더 면밀하게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기업 총수 구속사태는 한국경제 리스크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기존 영업을 통해 실적이 유지되겠지만 중장기적인 미래전략에서는 차질이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일가에 대한 승마지원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청했고, 이 부회장은 그룹승계와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박 대통령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봤다.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반면 삼성은 박 대통령의 반복적인 요청이 사실상 강요였으며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송성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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