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험』 저자 이혜정씨
2014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출간해 수용적·무비판적 대학 교육의 현실을 고발했던 교육학자 이혜정(46·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씨. 이후 방송 출연·강연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그가 이번엔 ‘시험 혁명’에 목소리를 높였다. 새 책 『대한민국의 시험』(다산4.0)을 펴낸 이씨를 15일 만났다. 그는 “수용적 학습을 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돼 있는 대입시험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학자 이혜정씨는 “객관식 시험 때문에 창의적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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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첫 영어 시험에 길에서 부딪힌 사람이 ‘Oh, I am so sorry’라고 했을 때 뭐라고 답하느냐는 문제가 나왔대요. 딸아이는 ‘It’s OK. Never mind’라고 했는데 오답처리됐죠. 정답은 ‘Don’t be sorry. I’m fine’이었고요. 아이는 학교가 요구하는 정답만을 맞힐 자신이 없다며 힘들어했지요.”
반면 친구를 좋아하는 둘째는 동네 학교를 고집했다. 그가 자녀를 키우며 상반된 두 교육 환경을 접하게 된 사정이다. 그의 눈에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더욱 선명히 보였고, 그런 문제의식이 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됐다.
그는 “역사적 사건의 연도를 줄줄 외우는 둘째를 보며 첫째 아이가 ‘그런 단순한 정보는 시험 볼 때 다 제시해주는데 왜 외우냐’고 하더라”면서 “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는데도 계속 외우는 능력만 평가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 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없는 ‘반복적 인지기술’과 ‘중하위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그는 또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하는 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는 시험이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면서 국제학력인증 프로그램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시험문제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그가 대입시험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입제도에 따라 초등 교육도 바뀌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복잡한 대입제도에 지친 사람들이 수능 중심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비판적 사고가 필요없는 시험은 ‘배움을 조용히 죽이는 킬러’”라며 “더 이상 쓸데없는 공부에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이지영.오종택 기자 oh.jong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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