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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송인서적, 회생 쪽으로 수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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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서 “채권액 탕감 워크아웃 신청”

지난달 2일 도매서적상 송인서적 부도로 충격에 휩싸였던 출판계가 사태 발생 한 달 만에 송인서적을 회생시키는 쪽으로 수습책을 찾고 있다.

송인서적 부도 후 부도 실사 작업을 해온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는 6일 “금융권 채권단과의 협의로 채권액 일부를 탕감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회의 단장인 장인형 틔움출판 대표는 “도매서적 업계 2위인 송인서적을 청산할 경우 출판사와 서점 등 출판계 전체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지난 3일 대표회의에서 청산 대신 회생 방안을 찾아보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대표회의가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송인서적을 청산하더라도 출판사들이 본 피해를 사실상 회복할 방법이 없고, 1위 업체인 북센의 시장 지배력 강화가 출판생태계에 도움이 안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불황기에 인수업체를 찾아야 하는 매각보다는 채권액 탕감 방안이 더욱 유력하다. 장 대표는 “실사 결과 현금흐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며 “송인서적 채무를 탕감하고, 탕감으로 인해 출판사들이 손해 보는 부분은 지분으로 전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회의는 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대강당에서 출판사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실사 작업 결과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고 구체적인 회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회의 쪽은 회생 절차 진행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표회의는 지난달 초 채권단 구성 당시 부도 처리와 관련해 1600개 피해 출판사들의 포괄적인 위임을 받은 상태다. 금융 채권단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행도 일단 회생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표회의 관계자는 전했다.

문제는 출판사들의 협조를 통해 부채를 탕감하고 기업을 살리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송인서적이 부도를 냈을 당시에도 한 차례 시도했던 방법이라는 점이다. 당시 송인서적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출판사들의 협조를 통해 기사회생했으나 가족경영 및 어음결제 관행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달 두 번째 부도를 맞았다.

한 출판사 대표는 “과거에도 송인을 살려놨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현 경영진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송인을 살려놓으면 실무를 할 사람이 없다는 구실로 부도 책임이 있는 송인서적 사람들이 경영진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송인을 회생시키겠다는 건 세 번째 부도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 사이 출판사나 서점의 연쇄부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촛불집회와 탄핵 국면으로 매출이 급감한 데 이어 연초에 송인서적 부도까지 겹치면서 출판 경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상태여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항상 월말이 문제다. 출판사나 서점에서 부도가 난다면 이달 말이나 3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송인서적 부도 나흘 만에 출판기금을 활용한 1%대 저리융자, 피해 출판사 창작지원기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출판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송인서적 부도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던 출판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도 사태 후 몇몇 토론회 등에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논의나 실행 움직임은 없었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행정력을 지닌 문체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지난달 사상 초유의 대국민사과까지 한 문체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권도연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이달 안으로 발표할 제4차 출판사업진흥계획 5개년 계획에 유통구조 개선 관련 방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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