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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인터뷰]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송인서적 사태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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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균형발전 위한 출판문화 진흥법.기금 시급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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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는 2017년 벽두부터 충격적인 소식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서적도매업계 2위로 2000여 거래처를 둔 송인서적이 지난달 3일 부도 처리됐다는 소식이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 보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이 서둘러 지원책을 발표했으나 출판계와 서점가에 드리운 그늘은 여전히 짙다.

오랜 불황과 독서인구 감소, 지난 시대에 머물러 있는 유통구조까지 출판문화계가 복잡하게 엉킨 문제를 풀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출판업계 전문가를 만나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송인서적 사태 관이 만든 문제 민간이 막다 쓰러진 격"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55·사진)은 출판업계에 무관심했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누적돼 오늘의 사태가 빚어졌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송인서적 사태를 비롯해 오늘날 출판계가 처한 상당수 문제의 시발에 대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불었던 디지털 바람 속에 온라인 서적판매를 차별적으로 지원한 정부정책에 있다"며 "출판업계를 진흥하기 위한 법률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정부가 온라인 서점 탄생 이후 온라인 서점만 할인을 할 수 있는 법률조항을 만드는 등 온라인 서점 성장 위주의 차별적인 정책방향을 취하며 오프라인 서점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오프라인 서점은 할인이 가능해진 온라인 서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이익이 줄고, 온라인 서점은 할인가로 책을 팔아 영업이익이 나지 않게 되면서 출판업계 전체의 성장동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일선 서점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송인이 거래하던 곳이 줄고 피해가 누적되다 결국 오늘의 상황이 온 것"이라며 "송인서적 사태는 관에서 만든 문제를 민간이 막다가 쓰러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정책의 결과로 과잉.과다 축소된 오프라인 서적유통 시장에서 유통업체가 활로를 찾지 못해 도산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송인서적 도산에도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법은커녕 유통도매업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일단 채권단이 (송인서적의 구체적인 피해와 운영상황에 대해) 실태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후 업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인 출판산업진흥원이 주도적으로 실태조사 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기대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회장은 "출판산업진흥원은 전신이 간행물윤리위원회로, 유신정권 때 검열기구로 만들어진 단체"라며 "1990년대 이후 존립 가치가 없어진 것을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단체로 바꿔 점진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랐지만 2013년 첫 원장부터 낙하산으로 영입돼 출판인들이 7개월 이상 1인 시위를 했을 정도"라고 손을 내저었다.

■출판문화 진흥법.기금 마련 시급

윤 회장은 출판문화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법과 기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한다. 2014년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한계에 도달한 서점과 출판사에 숨통을 터주었듯 공적영역의 정비를 통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회장은 "전체적으로 시장을 육성하는 법이 마련돼 온.오프라인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고 기업화된 중고서점이 업계 전체의 이익을 해하지 못하도록 제약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전문성이 없는 진흥원 대신 출판업계를 중심으로 기금을 마련해 출판문화 진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패션사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했지만 SPA 같은 게 생기면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고 엄청나게 성장하지 않았느냐"며 "출판 역시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출판문화계 안에서도 자기 색깔이 있는 출판사,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작은 서점처럼 긍정적인 모델이 늘고 있다"며 "합당한 지원을 통해 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궁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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