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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최순실 게이트] 아직 굴러가는 최순실 예산 ‘52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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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정책으로 둔갑해 여전히 진행 중

-제2 최순실 등장해 예산 타갈 수 있는 구조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수감) 씨가 유재경 미얀마 대사 면접을 봤다. 유 대사는 최 씨에게 “잘 도와드리겠다”며 사실상 충성맹세를 했다.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760억원을 지원해 컨벤션센터를 지어주고 한류 관련 기업을 입주시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최 씨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M사 지분을 차명으로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 씨 일당이 2015년부터 3년간 건드린 국가 예산은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최 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손봤다. 부처에 자기 사람들을 박아 넣었다. 최 씨 사람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을 ‘VIP 관심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기획재정부를 통과하고 집행하도록 했다. 최 씨는 잡혀 들어갔다. 그러나 최 씨가 손댄 예산과 정책은 부처 사업으로 둔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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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ㆍ3의 최 씨가 나타나 연결고리만 쥐면 국가 예산을 쓸어갈 수 있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1300억원을 삭감했지만 살아남은 ‘최순실 예산’은 아직도 5200억원에 달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최근 정부 예산서 10만 페이지를 분석해 ‘최순실과 예산도둑들’ 책을 펴냈다. 정 소장은 “예산안 사업설명 재료를 분석하다 보면 대통령이 특정 부처 사업에만 관심을 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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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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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예산안에 VIP는 단 2회, 통일부에는 3회만 등장한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에는 87번, 미래창조과학부에는 90번 등장한다. 구체적인 사업을 거론해가며 챙겼다는 뜻이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종 전 2차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등이 사업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는 황당한 사업도 적지 않다. 기아와 질병으로 시달리는 아프리카 ODA 사업으로는 임산부들을 위해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찍어서 제공하는 사업이 있었다. 푸드트럭을 이용해 비빔밥 등을 제공하는 이동형식품개발협력사업은 현지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현지 사무소 요청이 나올 정도였다. 최 씨가 직접 검토한 ‘명품 브랜드와 한복의 콜라보 패션쇼’, ‘드라마 영화 뮤지컬 제작 지원’ 등 12개 사업 28개 프로젝트에도 1700억원이 편성됐다.

아예 법을 바꿔 버리는 경우도 있다. K스포츠재단 설립 시점에 맞춰 현재 프로스포츠단의 지역 경기장 임대기간 25년을 50년으로 늘렸다. 한차례 갱신이 가능한 만큼 100년을 사용 가능케 했다. 민간이 효율성을 강조해 경기장 위탁 운영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했다. 정 소장은 “최 씨가 구속되면서 K스포츠재단의 경기장 운영사업 참여는 물 건너갔지만 현재 구조적으로 제2ㆍ3의 최순실이 나타나서 정부 예산을 얼마든지 빼먹을 수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왜 생기는 걸까. 정 소장은 “관료들은 최 씨가 안 가져가면 되는 것 아니냐며 방어논리를 펴면서 원래 하던 사업으로 막히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대부분 살아남았다”며 “특검 수사에서 밝혀져야겠지만 최 씨가 직접 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관련자들이 개입하는 것인 만큼 최 씨가 건드렸다면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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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년간 유지되는 특별위원회 형태인 반면 정부 예산 사이클은 예산편성-집행-결산의 3년이 필요하다. 그 결과 매년 국회에서 지적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반복해 나타난다.

정 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예결위옴부즈맨 ▷예산투명화법 ▷예결산통합DB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 소장은 “무슨 주사를 맞았는지 등 기괴한 삶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핵심은 국정농단”이라며 “아직도 정부 부처에 최 씨가 심은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순실 예산’을 끝까지 파악해서 집행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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