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씨 추천으로 대사 임명돼
유 대사, 부인하다 증거 내밀자 실토”
K타운 등 ODA사업 이권 개입 수사
내일 하려던 청와대 압수수색은
대통령 생일 피해 하루 연기 검토
대면조사는 15일 이전 실시 가능성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외교부 관료인 이백순(58)씨에 이어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미얀마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기업인 출신이 대사로 임명됐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 외교가에서 화제가 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는 대사 교체 두 달 전인 그해 3월 유 대사를 불러 면접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대사는 1990년대 삼성전기 브라질 상파울루사무소에서 5년간 일했고 2004년부터는 유럽판매법인장으로 5년 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했다. 특검은 이 시기에 그가 최씨와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의 접촉 경위를 확인 중이다. 최씨는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자주 독일에 머물렀다. 독일에서 사업체를 운영한 적도 있다.
유 대사는 이날 오전 귀국 직후에 기자들에게 “최씨가 나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최씨가 나를 추천했다고 하면 굉장히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최씨와 면담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얘기하면 복잡할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특검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유 대사의 ‘말바꿈’ 배경에 대해 “특검팀이 유 대사가 최씨 측에 전달한 이력서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 또 유 대사가 최씨 측에 ‘부임하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는 주변 인사들의 진술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원조개발사업(ODA)인 ‘K타운 사업’ 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을 포착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한편 베트남 등 다른 ODA 사업에도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곧 집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구치소에 있는 최씨를 체포하면 48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을 할 수 있다.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임박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수사팀 내에선 2월 2일에 압수수색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날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어서 하루 정도 미루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시 경내로 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관저나 경호실·의무실 등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서 압수수색을 제한한 군사상·직무상 비밀 공간이 아니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검찰은 압수수색 집행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어 특검팀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압수해야 할 구체적 문서와 물품의 목록도 작성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 증거를 감추거나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증거 인멸을 하면 그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특검팀은 2월 초순까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2월 둘째 주 초반(6~7일)에 조사할 것을 제의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둘째 주 후반(9~10일)이나 셋째 주(13~15일)를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장소는 특검팀 사무실이 아닌 곳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초기에 “가급적 대통령 조사는 한 번에 끝내려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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