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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父子·내연관계도 'No'…특검, 朴·崔 뇌물죄 입증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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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무원-민간인 공모 통한 뇌물죄 인정에 인색

지분 보유 아들 회사 후원금도 이익공유 인정안해

뇌물죄는 청탁 없어도 직무상 수뢰만으로도 처벌 가능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 입증해야 처벌 가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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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61)씨 간의 직접 뇌물죄(수뢰죄)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사람이 공모를 했거나 평소 이익을 공유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법원은 부자(父子)나 내연 관계와 같이 특수한 경우조차 직접 뇌물죄 적용을 까다롭게 판단해 왔다는 점이다. 특검이 법원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고 법리(法理)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법원, 공무원-민간인 뇌물죄 공범 인정 드물어

특검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최씨의 출석 거부로 증인 소환은 무산됐지만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죄 수사를 재점화한 상태다.

특검은 앞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지원을 약속한 213억원을 뇌물공여로 판단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압박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종용하고 최씨가 대신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범죄가 성립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직접 뇌물수수를 공모한 공범이어야 한다.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혐의에 대해 법원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 법원 판례에도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뇌물죄 혐의에 민간인 공범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이민수)는 공무원 A씨와 민간인 B씨간의 공모에 의한 뇌물죄 혐의를 적용한 1심을 깨고 각각 제3자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방조죄로 처벌했다.

1심은 민간인 B씨가 공무원 A씨에게 ‘화장품을 팔아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B씨의 요구에 따라 자신에게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강매한 점이 인정된다며 뇌물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공모 관계를 따지지 않았을 뿐더러 두 사람이 이익을 공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죄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구별해 놓은 이유는 처벌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뇌물죄는 공무원 처벌이 목적인 만큼 법원이 민간인을 공범으로 인정하는 것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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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朴-崔 공모 입증이 최대 관건

만일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 두 사람이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에 특검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경제적 이익 공유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들이 지분을 소유한 요트회사에 STX가 7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은 정옥근(65) 전 해군 참모총장이다. 1심과 항소심은 정 전 총장과 아들을 생활공동체로 보고 뇌물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정 전 총장의 아들이 해당 요트회사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STX가 건넨 돈이 정 전 총장과 아들에게 직접 넘어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내연관계인 경우도 이익 공유가 확실치 않으면 뇌물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내연 관계인 C씨에게 800만원의 뇌물을 대신 받도록 한 전 지방자치단체장 김모씨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연 관계로 의심되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무원과 민간인의 경제적 이익 공유는 평소 공무원이 민간인 생활비를 대줬거나 민간인이 대신 받은 뇌물로 공무원에게 빌린 돈을 갚는 정도로 밀접한 관계라는 게 드러나야 한다”며 “특검이 이를 밝히기는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뇌물죄 적용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성립 요건의 차이 때문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단순히 ‘직무에 관해’ 돈을 받기만 해도 인정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박 대통령과 최씨를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권한을 남용하거나 개입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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