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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美 TPP 탈퇴 선언 이후, 주가 영향 받는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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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TPP 탈퇴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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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투자 비밀수첩-118]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중국 매출이 높은 '중국주'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작년 이들 주식은 사드 배치 악재로 유난히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종목들이었다. 미국의 TPP 탈퇴로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중국 관련 주식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TPP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미국 생산·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나 섬유 업종 주가가 하락한 반면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이나 여행·호텔 관련 주식은 상승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은 전일 대비 0.01% 하락한 2065.7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0.5% 하락한 612.93으로 마쳤다.

이날 코스맥스(4.3%) LG생활건강(2%) 아모레G(1.1%)와 같은 화장품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하나투어도 전일 대비 2.3% 올랐다. 사드 악재로 작년 하반기 내내 주가가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이날까지 8.6% 상승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TPP 탈퇴로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시장 재편 기대감에 중국 관련 주식들이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됐다"며 "화장품·여행·호텔 관련 주식은 그동안 주가 하락이 깊어 저평가 매수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반면 TPP 탈퇴로 미국 의존도가 높은 기아자동차는 전날보다 2.5% 하락했고 현대차도 1.7% 내렸다. 기아차의 미국 판매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5%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기아차의 주식을 팔라고까지 권유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기아차 주가는 34% 하락할 것으로 예측돼 조사 대상 회사 중 하락폭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도 하락률 상위 8위와 10위에 올려놓았다. 현대모비스는 20%, 현대차는 16%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는 7% 하락할 것으로 예측돼 14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보호무역주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전체 수입을 5% 줄일 경우 한국 주식시장은 11%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반사 이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4위인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TPP 영향으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주식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주식은 '외국인이 사도 안 되는 주식'이란 오명을 썼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2%나 하락했다. 일단 실적은 양호하기 때문에 올해는 개선된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3973억원, 영업이익 1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4%, 영업이익은 17.7%씩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7384억원, 903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화장품업체 중 유일한 '1조원 클럽' 가입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성장은 화장품 수량 기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성장세 때문이다. 중국에서 맞불을 놓고 있는 일본 시세이도와 프랑스 로레알의 작년 대비 올해 중국 사업 영업이익률 예상 증가율은 7~8%인 데 비해 아모레퍼시픽은 20%가 넘는다. 주력 화장품인 '설화수'와 '라네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10월부터 화장품 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하향 조정하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5일부터 인기 화장품 브랜드 327개 제품에 대한 판매 가격을 최대 30%나 인하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 시장 1위는 로레알이지만 최근 2~3년 동안 점유율 15%에서 정체돼 있는 사이 아모레퍼시픽이 작년 4.3%에서 올해 점유율 5%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주가도 올해 들어 반등 중이다. 지난 24일 미국의 TPP 탈퇴 소식에 전일 대비 3% 오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3분기 매출 중 북미 매출 비중이 0.9%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18.5%에 달한다. 2013년 10.9%에서 중국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유통·화장품 팀장은 "외국인들은 글로벌 화장품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나 홀로 고속성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을 순매수할 수밖에 없다"며 "사드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TPP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일호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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