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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수백만표 불법투표'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대적인 불법 투표 조사 나서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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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장 인파 규모에 이어 이번에는 불법투표자 수를 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언론 간의 전투가 벌어졌다. 트럼프와 참모들은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이번 대선에서 수백만표의 불법투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정치권이 일제히 근거를 대라고 공격하고 나섰지만, 트럼프는 “대대적인 불법투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거짓말 논란 2탄인 셈이다.

논란의 출발은 역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찬에서 300만∼500만 표에 이르는 불법투표가 없었다면 대선에서 득표수에서도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선거인단 득표에서는 이겼지만 총득표수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진 것은 부정투표때문이란 주장이다. 이어 그는 25일 오전에도 트위터에서 “불법투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요구하겠다”면서 “2개 이상 주에 등록한 사람은 없는지, 죽은 사람이 등록한 경우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말에도 그는 트위터에 증거 제시는 없이 “불법투표를 한 수백만 명의 표를 뺀다면” 득표수에서 승리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수습은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몫이다. 스파이서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불법투표 주장에 대한 기자들의 근거 추궁이 이어지자 “대통령은 그것(불법투표)을 믿고 있다.” “대통령은 관련 연구들과 사람들이 그에게 가져온 증거에 기초해 그 믿음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근거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스파이서는 2008년 퓨리서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올드도미니언대학 교수들이 2008년과 2010년 샘플 조사한 내용이다. 이 조사는 샘플 중 14%가 미국 시민이 아닌데 유권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자들도 샘플이 미국 인구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게다가 트럼프 측 스스로 불법투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녹색당 질 스타인 대선후보가 재검표 소송 제기했을 당시 트럼프측 대변인단은 “모든 증거를 볼 때 2016년 대선은 불법투표나 실수로 더렵혀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간에 낀 스파이서만 트럼프 취임식 인파가 ‘역대 가장 많았다’는 주장에 이어 또 다시 거짓말을 옹호한 꼴이 됐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공개적으로 “불법투표의 증거는 없다”고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2016년 대선이 수백만 명의 불법투표 속에 치러졌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부를 운영할 수 없고, 미국인을 도울 수 없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300만에서 500만의 부정투표를 말하는 순간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에게 투표 제한을 더 가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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