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오아시스, 포켓몬GO, 연예기획사, MCN, 웹툰
콘텐츠와 플랫폼의 우위? 무엇이 중요한가? 잘 활용하면 그만이다. 학문적 가치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창조적 파괴는 커녕 파괴적 창조에 나서기도 바쁜 우리 입장에서 이는 배부른 고민이다.
하지만 굳이 현실의 사업전개모델을 살피자면, 최근의 분위기는 분명 콘텐츠 중심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이 확실해보인다. 플랫폼이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콘텐츠의 힘이 더 강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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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만 있으면...
지상파 방송사인 SBS가 창고 대방출을 했다. 2월부터 오픈베타에 들어가는 오아시스 서비스가 주인공이다. 오픈 아카이브 시스템(Open Archive SYStem)인 오아시스는 SBS가 가지고 있는 영상 콘텐츠를 대중에 공개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SBS가 가지고 있는 영상 콘텐츠를 일반에 배포하는 한편,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겠다는 복안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영상 콘텐츠를,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무료로 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SBS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오아시스의 알고리즘을 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구석이 여럿 보인다. 영상 콘텐츠를 일종의 장면메타 데이터베이스로 규정하고 인물 및 장소, 콘텐츠에 등장하는 사물 등에 모두 정보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방대한 영상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좋은 자료를 왜 일반에 풀까?
SBS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대중에 콘텐츠를 풀고 상황을 살피겠다는 것은 역으로 'SBS도 모르는 비즈니스 기회를 일반에서 찾자'는 답이 가능하다.
SBS가 오아시스를 활용하려는 일반인에 제시한 일종의 '조건'에 단서가 있다.SBS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오아시스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무조건 온라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전자의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기 위한 SBS의 감시탑이 엿보이며(데이터 추적) 후자의 경우 '너희들이 오아시스를 통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심지어 편집 클립 러닝타임은 3분을 넘지 못하며 철저히 내부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무엇을 말할까? 막강한 자사 콘텐츠를 풀어 일반의 상황을 주시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누군가 고안한다면 빠르게 체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상황판단에는 SBS의 고민이 진하게 묻어난다. 공영방송인 KBS, 민영방송이지만 정부의 입김이 강력한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MBC와 달리 현재 상업방송인 SBS는 지상파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KBS와 MBC도 고민하고 있겠지만 일정정도 '관치'의 영역에 묶여있는 것과는 달리 SBS는 지상파라는 공룡에 속하면서도 상업방송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 사태보도이후주목을 받자 SBS가 '반성문'까지 쓰며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에도 이러한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모바일 시대가 위기다. 지상파의 직접수신환경이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에서 광고수익은 줄어들고, 의제설정능력도 축소되고 있다. OTT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상파는 속수무책이다.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 MBC-SBS의 '푹'이다. 무료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상파의 대전제를 '모바일에서는 모바일 시청권을 보장하는 것이 무료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는 다소 어설픈 아젠다로 봉합하며출시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상파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철수시키고 네이버 및 다음 포털과 협력해 스마트미디어렙(SMR)까지 만들며 사상초유의 15초 광고까지 창조해냈다. SBS는 모비딕이라는 재기발랄한 실험을 거듭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아시스는 지상파가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론이자 동시에 '위험한 승부수'다. 콘텐츠를 대방출한다는 발상 자체가 파격적인데다 뚜렷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콘텐츠만 '털리고' 손에 얻는 것은 없을 수 있다. 오아시스의 행간에 절박함이 엿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콘텐츠가 있기에, SBS는 오아시스'라도' 실험할 수 있었다. 철저하게 자사 중심으로 콘텐츠를 꾸릴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이를 통해 과감한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유력한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전제로 조심스럽게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연동을 제기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며,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비디오 커머스가 홈쇼핑은 물론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원시적인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아시스의 비즈니스 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 역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있기에 행복한 곳은 포켓몬GO의 나이언틱도 해당된다. 포켓몬GO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증강현실? 틀렸다. IP(지식재산권)와 LBS(위치기반서비스), 그리고 증강현실의 삼위일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증강현실은 양념에 불과하다. 포켓몬GO의 게이머들을 실제 게임판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결정타는 LBS의 고도화에 증강현실이 덧대어지고, IP라는 콘텐츠가 작동했기에 가능했다.
출처=포켓몬GO |
국내에서 포켓몬GO가 출시됐다. 파급력은 어떨까? 지난해 글로벌 출시된 포켓몬GO는 등장과 동시에 증강현실 게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포켓몬GO에 열광했으며,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사유지에 침범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의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포켓몬GO 트레이너로 전직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창조경제에 어울리는 창직의 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먼저 계절적 영향이다. 포켓몬GO는 기본적으로 야외활동을 유도하며, 일종의 아웃도어형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당장 외부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이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생각할 필요도 있다. 국내 게이머들은 글로벌 업계에서 포켓몬GO가 열풍을 일으킬 당시 그 행렬에 합류하지 못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글 지도 논란을 통해 '안보 이슈'까지 덧대어진 상태다. 국내 게이머들 입장에서 포켓몬GO는 '반드시 하고싶은 게임'이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며 필요이상의 '욕망'이 높아진 상태다.
이는 단기적 차원에서 붐업의 배경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생명력은 보장하지 못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막상 손에 얻으면, 쉽게 식상함을 느끼는 법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포켓몬GO의 콘텐츠는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이언틱의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게이머의 유입을 담보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더불어 다양한 연계 사업도 가능하다. 외국에서도 확인되었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작동을 뜻하며, 쉽게 말하면 포켓몬GO라는 게임에 현실의 오프라인 거점을 연결하는 생태계 전략을 뜻한다. 게이머를 위해 포켓몬GO 오프라인 '버프 지역'을 설정한다면? 관광산업을 연계한다면?
포켓몬GO에 대한 성공 여부는 엇갈리지만 이러한 고민 자체가 IP라는 콘텐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연예기획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17에 흥미로운 인공지능 스피커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SK주식회사 C&C와 협력해 단독부스를 열어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Wyth)'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SK주식회사 C&C의 왓슨 기반 인공지능 ‘Aibril(에이브릴)’과 SM의 셀러브리티 콘텐츠를 결합해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영어로 서비스 되며 올해 중순부터는 한국어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며 향후 SM 에이브릴 개인 비서 서비스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출처=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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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연예인이라는 콘텐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SM엔터테인먼트와 알리바바의 협력, 나아가 중국 기업들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냥을 설명하는 가장 극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사실 SM처럼 ICT 기업의 방법론을 통해 콘텐츠 전략의 고도화를 끌어내는 연예기획사는 없다. 지난해 1월 27일 SM은 디지털 음원 스테이션 개설, EDM 레이블 설립 및 페스티벌 개시, 디지털 플랫폼 '에브리싱(everysing)' '에브리샷(everyshot)' '바이럴(Vyrl)' 론칭, '루키즈 엔터테인먼트(Rookies Entertainment)' 앱 공개, MCN 등 SM의 5대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소통(Interactive)을 중심으로 양방향 IT 플랫폼을 대거 공개했기 때문이다. 철저한 플랫폼 및 양방향 전략이지만 따지고보면 모두 콘텐츠의 힘이다. SM의 플랫폼 전략은 당연히 콘텐츠에 중심이 실렸고, 이를 통해 자체적인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SM만 이러한 행렬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국내 3대 기획사 모두 제작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자회사인 ‘SM C&C’를 설립한 SM은 말할 것도 없으며 JYP도 2013년 드라마ㆍ영화 제작사인 JYP픽쳐스를 설립했다. 콘텐츠의 힘이다.
출처=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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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모두를 바꾼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사업은 최근 MPN으로 발전하며 플랫폼 선택의 외연적 확장을 전개하고 있다. 다이아TV의 개국으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도 적극적인 MCN 품기에 나섰으며,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창출되는 콘텐츠의 방향성은 이제 플랫폼과 플랫폼을 구성하는 콘텐츠 프로젝트의 가능성까지 타진하는 상황이다.
특히 MCN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콘텐츠 강세가 플랫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장면에 있다. 아프리카TV를 떠난 대도서관의 유튜브 망명이 당장 파격적인 시장의 변화를 야기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충격파를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2월 출범하는 통합 카카오 TV도 눈길을 끈다. 다음tv팟과 카카오TV 플랫폼을 통합해 카카오TV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다음tv팟은 예능, 드라마, 스포츠 등 풍부한 VOD 영상과 뉴스부터 개인 방송까지 다양한 라이브 채널을 제공하는 종합 동영상 서비스다. 카카오TV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소셜 영상 서비스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대화하며 영상을 볼 수 있고, 쉽게 SNS로 공유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카톡 플러스의 바로결제다. 카카오TV의 경우 바로결제와의 연동은 곧 '크리에이터가 굳이 MCN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기 때문이다. 철저한 콘텐츠 중심의 시장 질서. MPN으로 발전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수급이 최우선 과제가 된 상황이다. 다이아TV는 "크리에이터와의 협력을 더욱 다지는 한편, 추후 이를 통한 글로벌 사업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콘텐츠 중심이다.
웹툰시장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웹툰은 여러형태로 존재했지만,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기웹툰 마음의 소리가 웹드라마로 제작되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팔리는 배경이다. 모두 콘텐츠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특히 웹툰은 모든 콘텐츠 업계의 숙원인 '유료화'에 있어 매우 의미있는 지향점을 보여줄 전망이다. '원래 무료로 즐기는 콘텐츠'에서 '유료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가장 민감하고 극적인 과도기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포털 및 웹툰 서비스 사업자들은 미리보기 기능 등에 유료모델을 삽입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추후 스마트툰 등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벌어지며 프리미엄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료모델의 등장도 점쳐진다. 이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는 언론사 입장에서도 주의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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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가라사대"
사실 콘텐츠가 존재하기에 파괴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러한 분위기는 플랫폼의 고도화 및 상호연계성, 생태계 전략, 융합성을 아우르며 신속한 시장안착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의 힘이다.
물론 콘텐츠에만 천착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 이유로 정확한 성공 방정식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융합에 따른 시너지로 볼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콘텐츠가 분명하다. 신세계를 잡기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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