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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트럼프 TPP 탈퇴 선언 파장] 세계 무역질서 지각 변동.. 美 양자 협상으로 새판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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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美 보호무역주의, 美 기업 아태시장 진출 제한
中 아태지역 영향력 확대.. 한국 등 수출중심국가 새 무역질서 대비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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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으로 선언하면서 세계 무역질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 무역협정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작업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일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초거대 FTA에 기대를 걸고 있던 한국과 일본 등 수출중심 국가들은 이로 인해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자무역 시대로' 세계 무역질서 지각변동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TPP 탈퇴까지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트럼프식 무역 노선의 재천명이다. 이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첫 공식 브리핑에서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 무역협정 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지난 17일 EU 단일시장과의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트럼프가 NAFTA 재협상, TPP 탈퇴 카드를 던지면서 그간 FTA를 중심으로 구축됐던 다자무역 체제가 양자무역 체제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스파이서 대변인은 오는 27일 백악관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간 미.영 정상회담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뤄질지는 모르지만 무역과 관련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주 안에 무역과 관련된 행정명령이 추가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 행정명령에 이어 조만간 NAFTA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NAFTA 회원국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NAFTA와 TPP 문제가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인다면 다음 타깃은 한·미 FTA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NAFTA와 한·미 FTA를 묶어 "민주당 정부에서 체결한 실패한 협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 기업들, 아·태시장 접근기회 상실

이번 TPP 탈퇴 결정으로 미 기업들은 아·태지역이란 신규시장에 대한 잠재적 접근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TPP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관세인하, 축산업체들은 세금부담 경감, 의약업체들은 저작권 보호, 기술 기업들은 규제완화 등을 기대한 바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이날 성명에서 "(TPP 탈퇴) 결정은 미국의 수출 촉진과 무역장벽 완화, 새로운 기회 개방, 미국 투자 및 혁신을 보호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TPP로 인해 저임금국가로 일자리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던 미 노동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민주당 내 대표적 진보주의자이자 지난 대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TPP가 사라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미국의 근로자 가정을 돕는 새로운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태지역 미 영향력 약화, 중국 급부상?

미국의 TPP 탈퇴로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오히려 경쟁국인 중국이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TPP를 아·태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다. 매케인 의원은 TPP 탈퇴가 "중국에 경제규칙을 만드는 빌미를 줄 뿐 아니라 미국이 아.태지역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골치 아픈 신호를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TPP 탈퇴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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