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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각국, 美TPP 탈퇴에 각양각색 반응…EU '기회', 러시아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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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회원국들 '당혹감속 각자도생'…中 '표정관리', 日 '대책 부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의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에 각국은 이해득실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등 TPP 참여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러시아 등 TPP에서 제외된 국가들은 부담을 덜었다며 환영했다. TPP에서 배제된 중국은 반기면서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표정 관리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정책 선회를 기회삼아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추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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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의 TPP 탈퇴 결정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 우려를 덜어줄 것이라며 환영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TPP 협약으로 회원국 간 관세가 사라지면, 비회원국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해왔다. 러시아는 자국을 겨냥한 경제제재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러시아 하원 소속 블라디미르 구테네프 경제정책위원회 제1부의장은 "TPP가 발효됐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봉쇄정책의 대상으로 여긴 러시아 등이 추가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에 위협을 가하던 이런 부담이 사라졌다"며 미국의 결정을 반겼다.

구테네프 부의장은 또 TPP 협약의 일부 조항은 국가별 제정법보다 상위법이어서 (러시아 같은) 양자 무역 협정 국가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러시아 하원의 아나톨리 아카사코브 금융시장위원회 의장은 미국이 러시아에 TPP 가입 의사를 타진한 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TPP가 "정치적이기보다는 경제적 목적에 기반했다"고 평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불리한 행동을 하기보다 미국 입장에서 경제적 이득에 부합하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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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국의 TPP 탈퇴를 내심 반기고 있다.

미국 중심의 TPP에 맞서 중국이 추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RCEP가 발효되면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국가로 규정하고 중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함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예고해 마냥 반길 수만도 없다.

이에 일부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언을 "힘자랑하고 있다"고 혹평하며 속내를 애써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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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EU)은 미 행정부의 자유무역 개편을 틈타 무역협정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콜롬비아를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23일 양국 간 협약 체결 후 성명을 내고 "프랑스와 EU는 태평양동맹(PA)과 무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상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반대로 중남미 국가를 공략하며 다자간 무역 협정 확대에 나선 것이다.

2012년 결성된 PA는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4개국이 가입한 경제 연합체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이 중남미 지역 전체의 39%에 달해 EU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직접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국가가 무역 협정을 변경하지만 유럽과 프랑스는 그런 관계를 확장하길 원한다며 "보호무역은 세계가 직면한 여러 난제에 대한 최악의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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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모든 국가가 이처럼 미국의 결정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한 일본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강조한 아베 총리는 각고의 노력에도 미국의 탈퇴가 현실화하자 허탈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TPP 탈퇴에 앞일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으며 산케이 신문은 "미국이 보호주의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중국 관영 CCTV도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 때문에 그동안 TPP를 주도한 아베 총리의 꿈이 날아갔다"고 평가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의 주도하에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돼 중국 견제를 위한 신경제동맹으로도 불렸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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