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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아빠들이 새로 배워야 할 아이랑 즐겁게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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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람과 디지털]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한겨레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저녁 늦게 수영장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학인데 왜 이렇게 늦게 수영장을 다니느냐 물었더니, 사연이 있었다. 아이 엄마가 퇴근이 늦어 저녁 이후 잠들기 전까지는 아빠가 아이를 돌보기로 했는데 놀아주는 방법 때문이었다. 아이와 아빠 모두 바깥에서 활동적으로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해, 주말이나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평일 밤이나 겨울에는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들었고, 피곤하고 아이와 노는 방법도 잘 모르는 아빠는 스마트폰을 주는 걸로 놀이를 대신했다. 엄마는 평소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지만, 아빠의 퇴근 이후엔 물거품이 됐다. “아이 아빠도 잘 놀아주고 싶은데, 아이랑 노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그 시간에 운동을 시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겨울이지만 아이도 수영장에 다니는 걸 즐기고, 먹고 자는 것도 훨씬 나아졌어요.”

최근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송한 ‘아빠의 전쟁-스웨덴 편’은 한국 아빠들의 가정 내 역할과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스웨덴 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아빠와 함께 저녁 먹는 횟수를 물어보니, 질문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부분이 7번 또는 6번이라고 답했다. 스웨덴 초등학생들에게 아빠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더니, 하트와 아빠 팔뚝을 그리고 ‘아빠 최고’라는 사랑 넘치는 메시지를 담았다. 날마다 아빠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스웨덴 가정의 모습이 알려졌다. 한국 초등학생들에게 아빠의 이미지를 그리라고 했더니 ‘술병’, ‘돈’, ‘티브이 시청’, ‘잠자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 눈에 아빠는 돈을 벌어오느라 힘들고 여가는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는 게 특징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자라는 동안 부모와 즐겁게 놀아본 경험이 드물고 스스로 부모의 역할 모델을 배우지 못한 한국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긴 노동시간으로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 또한 주요한 배경이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면 자녀들도 중독 위험군인 비율이 23.5%로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에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며 스스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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