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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양산단층의 가지 ‘덕천단층’이 경주지진 방아쇠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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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 지구와 우주

김영석 교수, 더민주 ‘원전안전특위’서

“양산-덕천단층 연결대서 발생”

항공 라이다로도 단층대 확인돼

수백차례 여진 대부분 해당지역 집중

2300건 피해엔 진도 7·8짜리도 있어

원전 최대지진·지진재해 재평가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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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지질학계는 경주지진이 양산단층대 활성에서 비롯됐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원전 등 주요 시설 안전의 기초가 되는 지진재해 재평가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더디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의 ‘경주지진 원인 덕천단층설’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그 가지단층인 덕천단층의 연결 부위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9월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했을 때 양산단층의 활성이 원인이라는 추정은 제기됐지만, 주변 단층의 움직임과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특별위원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여진 분포를 보면, 양산단층과 평행한 단층 사이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평행한 단층이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에 위치해 덕천단층이라 이름 지었는데,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의 연결부 손상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대가속도 0.38g 나와 정밀분석 중

김 교수는 우선 여진의 98%가 덕천단층이 지나는 화곡저수지를 중심으로 집중돼 ‘단층손상대에 여진이 집중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경주지진 뒤 야외조사를 해보니 진원이 깊어 지표상에서 파열을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남북 방향의 소규모 단층들이 발견됐다. 내남면 지표에서 관찰된 선형 구조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두 단층의 연결부 손상대 구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유사 구조의 지진 발생 메커니즘은 콜롬비아 아르메니아단층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앤드레이어스단층대와 중부지역의 뉴매드리드단층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김 교수 연구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주변 지역의 항공 라이다 영상을 촬영해보니,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을 연결하는 단층들이 몇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다는 레이더가 극초단파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것처럼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와 농도, 속도, 형상 등 물리적 성질을 측정하는 장치로, 지표면의 모형을 작성하는 데 쓰인다. 김 교수는 “경주지진이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했다기보다 두 단층 연결부의 단층 활동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향이동단층에서는 땅속 깊이 내려가면 한 뿌리로 연결되는 플라워 스트럭처(꽃 모양의 단층구조)가 많이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경주지진은 양산단층이 움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김 교수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렸을 때 그 나무가 흔들렸다고 보느냐에 대한 답변과 같다”고 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라이다로 찍은 항공사진을 바탕으로 물리탐사와 트렌치 조사에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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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2일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진앙에서 10여㎞ 떨어진 울산시 울주군 외와마을에서 황토집 벽에 금이 가고 교회 담이 무너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의 정밀조사에서 이 지역의 지진동은 진도 8(Ⅷ)에까지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석 부경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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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경주지진 발생 뒤 27개 임시 관측소를 설치해 803개의 여진을 관측한 결과 4~5㎞ 범위에 집중되고 깊이는 13~14㎞에 모여 있어 이 범위가 본진을 일으킨 단층의 크기와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진의 분포가 지질도에 기재돼 있는 양산단층 방향과 구조적으로 15도 정도 차이가 나는 점은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진이 집중된 단층(덕천단층)을 포함해 인근의 동래·모량·밀양단층 등은 모두 형성 시기나 구조적 특징 측면에서 똑같은 양산단층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발생하고 있거나 가까운 시일에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기존 단층대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사서에 나와 있는 경주 인근의 큰 지진은 이 지역을 지나는 단층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번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지진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파괴력이 컸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현장대응팀을 투입해 조사한 결과 지붕과 담장 파손, 건물 균열, 내장재 탈락 등 피해 건수는 2300건을 넘었다. 기상청은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을 때 경주와 대구 지역에서는 최대 진도 6(Ⅵ)의 지진동이 발생하고 부산·울산·창원에서는 진도 5(Ⅴ)가 최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서는 진도 7~8(Ⅶ~Ⅷ)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진도 8의 피해는 지진이 발생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남서쪽 10㎞ 지점의 울산시 울주군 외와마을 등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석 교수는 “지반이 약한 두꺼운 퇴적층에서 진동이 증폭돼 피해가 심하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MMI) 체계를 사용하는데, 진도 8이 발생하면 건축물이 일부 붕괴하거나 창틀에서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벽이 무너지는 피해가 난다.

기상청이 경주지진 진원과 가장 가까운 울산지진관측소(USN)에서 측정한 가속도계 값은 수직성분은 0.2g(중력가속도)로 리히터 규모 5.8과 비슷했지만, 수평성분은 최대값이 0.38g까지 나왔다. 가속도 최대값 0.38g를 리히터 규모로 단순 환산하면 규모 7.0을 훨씬 넘는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울산지진관측소 지진계가 암반이 아닌 지표면에 설치돼 표토층에서 파장이 증폭됨으로써 과측정된 것 같다. 정확한 값을 내기 위해 정밀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위험평가 지금쯤 나왔어야”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때 진원이 같은 플라워 스트럭처이고 경주지진이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정밀조사 때까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관련 부처에서 다른 단층이라는 학설이 있다는 이유로 건설을 중단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지진이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이 확실하다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도 “원전 부지 최대지진 평가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최대지진 평가와 지진재해위험도는 역사지진과 계기지진, 단층의 활동성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양이 처장은 “경주지진으로 원전 최대지진 평가의 기준값이 달라지고 양산단층이 활동성 단층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는 점을 반영하는 재평가 작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곧바로 안전기준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건으로조차 올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욱 ㈜지아이 지반정보연구소 대표도 “지진재해위험도는 짧은 단층 하나만 고려 요소에 들어가도 큰 차이가 난다. 양산단층, 덕천단층을 고려한 지진재해위험도가 지금은 나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태섭 교수는 “변화된 상황들이 검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대지진 평가나 지진재해위험도 평가에서 요소 하나가 전체 결론을 뒤집는 상황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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