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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도깨비` 종영①] 기다림의 미학, 김은숙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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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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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지은탁(김고은 분)이 다음 생에서 김신(공유)를 다시 만나며 막을 내렸다. 전생-현세-내세로 이어지는 시간의 울타리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사연을 간직한 채 서로를 기다렸다. 김은숙 작가가 만든 기다림은 판타지 요소와 맞물려 역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돌파하는 기록을 썼다.

'도깨비'는 민간신앙에서 믿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도깨비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고려 무신인 김신이 나약한 어린 왕여(이동욱)과 그의 곁에 있던 박중헌(김병철)의 음모로 죽은 뒤 신의 뜻에 따라 영원한 삶을 갖게 됐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종결을 짓지 못하는 김신은 인생에서 마주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쓸쓸하게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9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전생에서 스쳤던 이들이 다시 태어나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미래를 보거나 문 하나로 원하는 장소에 이동하는 능력을 갖췄으나 켜켜이 쌓이는 이별의 만남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김 작가는 '도깨비'라는 판타지에 '기다림'이라는 슬픔을 덧댔다. 김신이 그토록 찾았던 도깨비 신부가 지은탁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가슴에 박힌 검을 뽑는 결단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세에서의 만남은 '도깨비'의 결말다웠다.

'도깨비'는 '인간은 네 번의 삶을 산다'는 암시를 등장인물의 대사, 환생 등으로 전해왔다. 남녀의 만남-헤어짐-재회라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면서도 그 물리적인 시간을 확장해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 수 있었다.

왕여 김선(유인나)가 중후반부터 힘을 받은 것은 두 사람의 전생이 극의 앞으로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이들을 초반에는 캐릭터로 가려두고 '도깨비'를 마지막까지 이끄는 동력으로 삼았다. 왕여 김선의 전생부터 다음 생까지 도달하는 사랑은 '닿지 못하지만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들의 관계를 보여줬다.

'도깨비'는 지난 21일 마지막회에서 평균 시청률 20.5%(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해 케이블 시청률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상파 시청률 40% 바로 앞까지 갔던 '태양희 후예'를 집필하고 연출한 김 작가와 이응복 PD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났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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