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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선수는 겨울 산 탄다고?"…허세 부리다 목숨 잃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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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국립공원서 109명 사고로 숨져…21명 겨울철 변 당해

체력 자랑 금물…기상정보 확인하고 안전장비 철저히 갖춰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학 동기인 A(27)씨 등 3명은 지난주 소백산에 올랐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젊은 패기를 믿고 욕심을 부린 산행이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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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 산행하는 등산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 등은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산악인들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 함께 지리산 등반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새벽 5시 충북 단양의 어의곡에서 출발한 이들은 동틀 무렵 비로봉 정상에 섰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그곳에서 마주한 영하 18도의 강추위와 세찬 바람은 급격한 체력 저하를 불렀고, 급기야 일행 한 명이 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주위에 도움을 청할 사람은 고사하고 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피할 공간조차 없는 곳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한파는 휴대전화까지 먹통으로 만들어 일행은 순식간에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

공포감을 느낀 A씨 등은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아 체온을 나누면서 하산 길을 재촉했다.

그러고는 1시간 넘는 사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무인 초소를 찾아 몸을 피했고, 때맞춰 되살아난 휴대전화로 119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다.

◇ 5년간 겨울 산행하다 23명 사망…방심은 금물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산에 올랐다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스스로 체력을 과신하거나 우쭐한 기분에 허세를 부리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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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이송되는 등산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1천149건 중 188건(16.4%)이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일어났다.

이 기간 탐방객이 전체의 15%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사망자는 109명인데, 이 중 23명(21.1%)이 겨울에 변을 당했다. 체온유지를 못해 동사한 경우도 3건이나 된다. 겨울 산이 그만큼 위험하고 무섭다는 얘기다.

지난 6일 설악산 중청봉에서는 60대 남자가 탈진한 뒤 저체온 증세를 보이다가 가까스로 119구조대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이틀 뒤 덕유산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50대 여성이 눈에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한국산악연맹 관계자는 "겨울 산행은 균형을 잃어 넘어지거나 다리에 힘이 풀려 미끄러지기 쉽다"며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탐방 중간에 안전쉼터 등을 활용해 적절히 휴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방한복·안전장비 필수…변덕스러운 날씨도 주의해야

겨울 산행은 추위와 눈길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고, 폭설·강풍 등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도 많다.

산행 전 기상정보 확인은 기본이고, 눈길에 필요한 아이젠과 각반(스패츠) 등 안전장비도 챙겨야 한다. 방한복·모자·장갑 등 겨울용 복장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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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 산행하는 등산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속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아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크다. 산의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이 0.5∼1도 떨어지고, 초속 1m의 바람은 체감 온도를 2도 정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 어두워지다 보니 당황해 길을 잃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해 지기 2시간 전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눈이 쌓인 경우 평소보다 하산하는데 2배가량 더 걸리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탐방로가 얼어 미끄러운 곳이 많은 점도 신경 써야 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암릉·암벽 등은 가급적 접근하지 않는 게 좋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객 안전을 위해 공원마다 입산시간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누리집(www.knps.or.kr)을 통해 기상현황·산행장비·사고시 대응 요령 등 안전한 산행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도 제공한다.

공단 관계자는 "겨울에는 산행 경험 많은 사람을 포함해 3인 이상이 함께 등반하고, 초콜릿같이 열량 높은 간식이나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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