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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Startup’s Story #318] “100개 기업 임직원의 점심 시간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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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스는 기업의 종이 식권을 모바일화한 최초의 기업이다. 기존의 종이 형태로 거래되던 식권의 배분과 취합, 정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 단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벤디스의 ‘식권대장’은 계획되어 사업화가 된 아이템이 아니다. 대형 게임사로부터 의뢰받은 외주 개발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아이템이다.

사시 준비생이던 조정호 벤디스 대표가 첫 창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맨 땅에서 시작해, 현재 100개사에 이르는 기업 임직원의 식사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를 만나봤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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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종이 식권을 모바일화한 기업

100% 모바일 식권(meal voucher) 사업은 벤디스가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100% 모바일 식권 사업은 2015년 우리가 세계 최초로 시도했고, 그 다음 해에 인도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나왔다. 모바일이 아닌 전통적인 식사권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길다. 남미, 유럽, 일본에서는 1960년대서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종이라는 실물 형태로 이루어지던 거래가 근래 NFC 등 기술과 접목되어 모바일화되어가고 있다.

기업의 모바일 식권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이전에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판교에 있는 대형 게임사로부터 외주 의뢰를 받았다. 그 기업은 사내 직원에게 복지 차원에서 종이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그 시스템을 모바일화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개발 과정에서 오피스 상권을 조사하며 모바일 식권 사업의 기회를 발견했다. 역삼, 테헤란로에 있는 식당들은 아직도 ‘기업 식권 받습니다’, ‘장부 거래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우리가 가진 모바일 상품권 기술과 시스템을 식권 사업에 적용하면 기존의 비효율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어떤 비효율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나.

먼저 기업 입장에서는 식권을 제작하고, 나눠주고, 회수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기업 총무팀 입장에서 식대 관리라는 것이 중요한 업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말 업무 중 이 식대 정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제휴되어 있는 식당에 나가 일일이 식권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분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내 항공사 같은 경우에 600~700명가량의 스튜어디스가 일하고 있는데, 개인마다 비행 일정이 다르기에 근무 중 식사 시간 포함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래서 사내에 식권 담당자만 네다섯명을 둔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가맹점주와 기업 간 식권 유효 기간 여부 등으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벤디스를 사용하면 기업은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한 번에 식권 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정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수치적으로 따져보면, 식대 관리 부서 담당자의 식대 업무가 80% 정도 감소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어떤 이점이 있나.

총무팀과 직원들은 가맹점의 개수를 두고 자주 마찰을 일으킨다. 직원들은 종이 식권을 들고 갈 수 있는 식당이 늘어나길 바란다. 반면 총무팀에서는 제휴 식당이 많아질수록 관리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에 반대의 성향이 있다. 이 경우에도 주변 식당 제휴와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식권대장이 처리하기 때문에 총무팀 입장에서는 일이 덜어지고, 직원 입장에서는 방문할 수 있는 식당 수가 늘어나게 된다. 또 식권을 따로 소지하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다.

기업과 가맹점주 간 갈등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기업이 갑이 될 수 밖에 없을텐데.

가맹점주는 당연히 기업의 눈치를 보게 되어 있다. 직원들이 가끔 식권을 오남용하는 걸 발견해도, 기업에 잘못 이야기했다가 계약이 해지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점주가 많았다. 또 정산 일자가 불안정한 경우도 많았다. 영세 상인 입장에서는 정산일이 확실해야 그달의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기존에는 기업 총무팀 일정에 따라 정산 일자가 변동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식권대장은 기업과 가맹점 간 정산 업무도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일시에 정산이 이루어진다. 가맹점주가 기업에 요청 사항이 있을 때도, 우리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첫 시도’라는 것이 의미 있지만, 그만큼 생소한 분야이기에 시장 진입을 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 1년간은 고객사가 한 곳도 늘지 않았다. 모바일 식권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고객사가 없으니 기업에 제안을 해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창업에 나섰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도 없었고, 전통적인 B2B 영업 방식인 ‘술 영업’도 이 분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매체에서 벤디스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주었고, 첫 영업의 물꼬를 텄다. 이것을 계기로 PR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타깃인 기업의 인사 총무 담당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고객사를 늘려왔다.

■ B2B 영업의 핵심은 ‘정보의 원천을 발견하는 것’

오프라인 현장에서 가맹점주를 대면하면서 쌓인 영업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우리의 영업 노하우를 ‘김밥 프로젝트’와 ‘짜요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우리는 식권과 장부를 사용하는 기업이 주 타깃 고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해당 상권 내에서 식권과 장부를 사용하는 기업의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기존에 전혀 없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 거다. 처음에는 오피스 상권 내 모든 가게를 발로 뛰며 조사했다. 그러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 어떤 상권이든 식권을 사용하는 기업의 총무팀은 근처 김밥집, 중국집과 반드시 제휴를 맺는다. 그래서 김밥집과 중국집에 가서 물어보면 대략적인 목록을 추릴 수가 있다. 모든 식당을 다 방문할 필요가 없는 거다. 정보의 원천을 발견한 시점부터, 더 효율적으로 영업해나갈 수 있었다.

가맹점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나.

기존에 장부 거래를 잘 하고 있는데, 새로운 걸 도입하자고 권유하면 대부분의 가맹점주가 ‘돈 뜯어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박대한다. 그래서 관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내에 로컬케어 팀(줄여서 로켓팀)이 있는데, 어버이날 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빼빼로데이에 과자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자주 했다. 아무리 완강했던 점주분들도 우리가 자식처럼 굴면, 마음이 열리시더라. 그렇게 조금씩 정보를 얻어갔다.

벤디스 고객사가 올해 초를 기점으로 100개를 돌파했다.

이제야 모바일 식권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제휴 문의 건수도 작년에 비해 현저히 증가했다. 예전에 영업 한 번 하려고 가까스로 미팅 기회를 얻어냈던 기업들이 이제는 먼저 우리에게 연락해온다. 과거 우리가 완벽하지 않았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함께해 준 고객사에 감사한 마음이다.

규모가 큰 기업은 자체 모바일 식권을 만들 수도 있을텐데.

기본적으로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기업 측에서도 우리와 같은 대행사에 맡기는 게 비용,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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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개 기업 임직원의 식사 시간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시장이 개화했다면 경쟁사의 등장도 필연적일텐데.

3, 4군데 정도 회사가 진출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크게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 ‘경쟁사 때문에 망하는 스타트업은 없다’ 잖나. 결국 실패는 내부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경쟁사를 의식하기보다는 우리 본질에 집중하면서 가려 한다. 모바일 식권 계의 선두주자라는 자부심이 우리의 동력이다.

사업이 성장해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있다면.

서비스 품질이다. 우리가 100개 기업을 고객사로 둔다는 것은, 100개 기업 임직원의 식사 시간을 책임진다는 말과 같다. 우리 서비스가 멈추는 순간, 모든 식사 결제가 중단된다. 그렇게 한 번 생겨난 불신은 B2B 영역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가 원활하게 구동되고 운영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 가맹점 관리도 중요하다. 그들이 돌아서는 순간, 우리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이익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꼭 주기적으로 현장에 나가 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배민프레시와 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식권대장은 기업 임직원의 점심, 저녁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 아침 식사에 대한 니즈도 있더라. 아침에는 간단히 샌드위치 등을 배달시켜 먹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 배민프레시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아침 식사 제공을 원하는 기업을 발굴해주고, 이들을 배민프레시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중간에서 하는 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작단계다. 작년에는 기업의 니즈와 양사 간 의지를 확인하는 단계였고, 올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구내식당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식권대장을 도입하고 싶어하더라. 구내식당 운영사와 기업 간에도 식수 체크의 정확성을 두고 늘 이견이 있다. 이런 부분을 식권대장이 해결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많아서, 이미 구내식당 단말기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재 베타 버전을 출시해서 3, 4개 정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구내식당 내 식수 확인도 식권대장 단말기를 통해서 할 수 있도록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 4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향후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작년 가을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완료했고, 당분간 투자 유치 계획은 없다. 올해에는 투자보다는 우리가 해나가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장단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단기적으로는 ‘모바일 식권 서비스’하면 식권대장이 떠오를 수 있도록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게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2017년에는 영업과 마케팅 방면에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 생소했던 모바일 식권 카테고리 자체를 친숙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모바일 식권은 직장인이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다. 사실 메신저나 메일과 같은 업무 도구를 제외하고 직장인이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이러한 잠재력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는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 복지 시스템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휴일 외식이나 생필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등, 직장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으로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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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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