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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민주주의는 목소리다]③“쉬는 날 출근 못하겠다…상사 생각이 잘못됐다…여자가 어쩌고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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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내가 삼킨 말말말

“하루만 맘대로 살고 싶어요.”

경향신문은 설문 응답자들에게 “오늘 하루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눌렀던 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도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눌러 담아두고 있었다. 답답함 속에서도 삼킬 수밖에 없었던 ‘갇힌 말’들을 갈래별로 살펴봤다.

20~3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직장 생활과 관련된 말들이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쉬는 날 출근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상사에게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주말수당 주세요” “기한 내 끝내지 못할 것 같아요” 등도 입 밖으로 쉽사리 꺼내지 못한 말들이었다. “일 그만두겠습니다” “퇴직합니다” 등 사직과 관련된 이야기도 쏟아졌다.

“상사의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 등 직장 내 불합리한 의사소통 관련 이야기들도 많았다.

한 직장인은 “상사의 ‘의견을 달라’는 말이 싫다”고 적었다. 어차피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하급자들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한 20대 직장인은 “(식사 메뉴로) 돈가스 먹고 싶었는데 말 못했어요”라고 했다.

성차별적 발언과 관련된 말들도 다수였다. 설문에 응한 여성들은 “그건 남녀 차별이야” “여자가 어쩌고저쩌고 하지 마세요” 등의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고 했다. 한 응답자는 “(관련 문제를) 지적하기만 하면 ‘메갈’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싫다”고 말했다. 다른 응답자는 “너 좋으라고 예쁜 거 아니거든”이란 말로 여성에게 외모 칭찬을 일삼는 세태를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성적 지향,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이들은 “엄마 나 동성애자야” “내가 성소수자다” 등의 말들을 꼽았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입에 담아선 안될’ 말들이 존재했다.

한 60대 여성은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남편과 자식들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 10대 응답자는 “대학 안 갈 거야”를 꼽았고, 20대 응답자는 부모님에게 “자취하고 싶다”는 말을 숨겼다고 했다.

상대방의 태도·행동 등을 지적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꼈다. 한 응답자는 “상대방의 돌출된 언행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언짢아할까봐 참았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싫어” “난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해” 등 반대 의사표현 자체를 꺼렸다.

크리스마스에 노숙인 급식봉사를 하고 왔다는 한 응답자는 회사 동료로부터 “그런 일 해봤자 거지근성만 생긴다”는 얘길 들었다. 그는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에게 이의제기를 해봤자 나만 피곤하기 때문”에 말을 삼킨다고 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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