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박 대통령의 여러 탄핵 사유 가운데 언론자유 침해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날 그가 인정한 것은 대통령 연설문을 일부 수정하고 정호성 비서관에게 이력서를 전달한 것과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 정도다. 그것도 “청와대 자료는 받은 적이 있지만 다른 건 본 적이 없고 연설문의 감성적 표현만” 고쳤고, 공직 인사에 대해서도 “직접 소개는 하지 않고 정 비서관에게 이력서를 주면 항상 대통령 본인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태블릿피시를 통해 최씨가 드레스덴 선언이나 교과서 발언 등 주요 발표문까지 손본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또 차은택씨가 최씨에게 추천한 은사가 문화부 장관, 그의 외삼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발령받아 일한 것도 이미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다. 더구나 검찰이 혐의를 확인해 공소장에 명기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에도 “개입한 적 없”고 케이디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특혜도 “유망 중소기업 지원”이었다고 발뺌했으니 뻔뻔하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최씨 등의 이런 태도는 ‘국정 관여는 1% 미만’이며 ‘촛불 민심은 민의가 아니’라는 박 대통령과 그 변호인들 주장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해 국회 청문회를 공전시킨 데 이어, 헌재에도 불출석하거나 잠적하는 등 심판 지연 의도도 명백하다. 태블릿피시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는 등 배후에서 일체의 사법절차를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최순실 일파는 나라를 망가뜨려 놓고도 국민 앞에서 반성과 회개는커녕 마지막까지 심리를 지연·방해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헌재는 이들의 억지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탄핵심판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과도 다르다. 특히 지금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이 더 절실한 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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