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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한·중·일 3각 분업체제’ 와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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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작년 대중국 소재·부품수출 827억달러, 100억달러가량 감소

중국의 가공무역 금지품목 2004년 341개→2014년 1871개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 수입 4년 새 100억달러 줄어

한중일 ‘3각 가공무역 분업체제’ 붕괴 빨라지며 대중 수출 줄어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 등 우리나라 소재·부품의 중국 수출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기술 자립화 속도를 높이고 가공무역 금지를 강화하면서 2000년대 초 중국 경제 급부상 이후 형성된 ‘한·중·일 3각 분업체제’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년 소재·부품 수출입 교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으로의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출액은 총 827억달러(약 97조8천억원)로 집계됐다. 2014년 953억달러, 2015년 935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무선통신기기 등 전자부품 수출액은 2014년 462억달러, 2015년 472억달러에서 지난해 387억달러로 급감했다. 기계장비와 자동차부품 등 수송기계 수출도 2014년 67억달러, 2015년 65억달러에서 지난해에 55억달러로 감소했다. 산업부는 “중국의 자국 소재·부품 자급도가 향상되고 가공무역 제한이 강화되면서 수출액이 감소했다”며 “중국에 진출해 소재·부품 중간재를 생산해온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팔지 못해 국내로 역수출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공무역 금지 품목은 2004년 341개에서 2014년 1871개로 늘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소재·부품 제조업은 중국 경제가 급속 성장기에 들어선 2000년대 들어 ‘동아시아 3각 분업체제’를 형성해왔다. 핵심소재에서 기술적 비교우위에 있는 일본이 한국으로 소재·부품을 수출하고 한국이 이를 부품과 반제품으로 만들어 중국에 다시 수출하면, 중국이 이것을 완성품으로 조립·가공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가공무역 분업체제다. 이 체제의 붕괴 우려가 수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충격을 동반하며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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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재·부품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12년 374억달러, 2014년 305억달러, 지난해 272억달러다. 4년 사이에 100억달러(27%)가량 줄었다. 대일본 무역수지에서는 수입액이 줄어, 1980년대 이래 지속돼온 무역 역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반가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한·중·일 3각 분업체제의 와해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산업·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면서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핵심소재도 함께 급감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국제무역거래 품목분류코드(HS) 상 맨 앞자리 8로 시작되는 기계장비·반도체·자동차부품 등 일부 핵심소재는 아직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단순 조립기지에서 벗어나 소재·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건 대략 2004년 이후다.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다. 중국 정부는 중간재 수입을 억제하고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려고 2004년에 중고기계 등 341개 품목을 가공무역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뒤 2007년 다시 1140개로 늘렸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소재·부품 자급률이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한 건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라며 “최근 국제 기술평가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아직 일본의 핵심소재 기술을 추격중인 단계이고, 중국은 반도체·기계 등에서 한국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고도화 속에 중국 제조업 경쟁력과 부품 자급률이 향상되면서 우리의 중간재 수출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한국의 대중국 주력 수출품목은 여전히 석유화학·철강·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중간재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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