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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사드 배치로 대립한 文-潘, 안보정책 검증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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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準)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한 인터뷰에서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지지율 1, 2위 대선주자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경북 성주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단단히 연결하는 ‘린치핀(Linchpin·핵심 고리)’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 목적을 두고 있는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은 그래서 불안하다.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겠다는 것도 이상론이다. 문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에 재량권을 발휘해도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무려 36조 원의 미국 무기를 사들인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까. 문 전 대표는 지지율 1위 주자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이 동시에 우리를 압박하는 외교안보 위기 속에서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이 가장 고대하는 것은 외교안보 리더십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어제 유엔 시절을 회고하며 “정작 남북한 통일 문제에 대해 기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처럼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거의 없다. 반 전 총장은 “경제는 수정도 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당하면 두 번째가 없다”고 말한다. 말뿐이 아닌 국민이 안심할 만한 안보 정책을 내놓고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열흘 있으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대개 대선 전 추석이나 대선의 해 설 명절에 민심은 출렁인다.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교차된 것은 대선 전해인 2006년 추석 때였다. 각 대선주자는 설을 앞두고 안보 정책부터 내놓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가뜩이나 조기 대선 실시가 예상되는 터에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선후보의 안보관과 외교 정책을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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