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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檢, '진품' 결론에 유족·감정기관, '위작' 주장... 끝나지 않는 미인도 위작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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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5년 간 위작이란 의혹을 받아온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검찰이 5개월여에 걸친 감정 끝에 진품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싸고 다시금 위작 논란이 불붙고 있다. 천 화백의 유족과 감정과정에 참여한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미인도는 천 화백이 그린 그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검찰의 수사결과에 불복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27일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자신들이 감정한 결과가 채택되지 않자 검찰 수사가 비과학적이라고 입장표명한 데 유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정 작가의 그림들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과 위작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며 “미인도의 소장 이력과 다양한 과학·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와 사건 관계인 조사 후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뤼미에르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동원할 수 있는 과학감정 기법을 모두 사용해 검증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지었다. 1991년 처음 위작 논란이 불거진 지 25년 만으로 고인이 된 천 화백과 천 화백 차녀 김정희씨(62) 등 유족들이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해온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검찰은 김씨가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올 5월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50) 등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감정에 참여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이 공개설명회 겸 기자회견을 열고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며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장 페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사장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 9점과, '미인도'를 비교연구함에 있어, 본 연구소는 최신장비와 모든 전문적 기술,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한국 검찰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의견을 따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비판했다.

뤼미에르 연구소는 천 화백 그림 위작 논란이 ‘미술사적 중대 쟁점’이 됐다며 언제든 한국 검찰 및 사건 관계자들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한국 미술계 최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인도 위작 판정이 나면 한국 미술계 전체에 미칠 후폭풍이 심대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3700억원 규모로 평가되는 한국 미술시장에서 위작은 시장 신뢰도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진위감정이 의뢰된 미술작품 588점 가운데 무려 40%가 위작으로 판정된 가운데 미인도 위작논란이 다시금 점화돼 한국 화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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