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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차광렬 제대혈 주사 불법 시술, '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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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생명윤리 준수' 최 일선 차병원그룹, '최소한의 법'도 어겨]

머니투데이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 출석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뉴스1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제대혈(탯줄혈액) 주사를 불법으로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들이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제대혈을 '생명윤리 준수' 최일선에 있어야 할 차병원의 수장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차 회장과 차 회장의 부인, 그의 부친 등이 제대혈을 이용한 연구의 공식 임상 대상자가 아님에도 분당차병원에서 9차례 제대혈을 투여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차 회장은 지난해 1월과 6월, 올해 8월 세 차례, 차 회장 부친과 부인은 각각 4회, 2회 제대혈을 투여했다. 분당차병원은 차병원 제대혈은행에서 제대혈을 공급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제대혈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과 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함유됐다.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다. 연구용으로 기증되는 제대혈도 오염이 됐거나 세포 수가 부족한 '부적격' 제대혈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제대혈 자체가 생명윤리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차 회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은 연구용으로 기증한 제대혈로 보양 목적의 시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차병원은 기증된 제대혈로 항노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차 회장 스스로 항노화에 대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임상 대상자가 아니었음에도 가족까지 함께 시술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진단검사의학과 강모 의사는 이들의 시술을 진료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기록부와 제대혈 공급·인수 확인서가 남아있어 시술 확인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심각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병원그룹은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진행 중이다. 차병원그룹은 생명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윤리 준수에 앞장서야 할 차병원그룹이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도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연구목적이 아님을 인지하고도 분당차병원에 차 회장 일가를 위한 제대혈을 공급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으로부터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 지위가 박탈되면 국가 지원 예산만 못 받게 될 뿐 차병원 제대혈은행 운영은 할 수 있다. 그나마 2014년부터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지원받은 예산도 611만원에 불과했다.

제대혈을 불법으로 시술받은 차 회장에 대한 처벌도 당장은 어렵다. 현행법상 불법 의료 행위를 한 사람, 즉 제대혈 주사를 놓은 의료인만 처벌받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차 회장이 관련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분당차병원에 연구목적이 아닌 제대혈을 공급하고 이 제대혈을 차 회장에게 시술한 모든 과정이 차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입증될 경우다.

복지부 관계자는 "차 회장은 연구에 관심이 많아 직접 제대혈을 맞고 싶었다고 진술한 반면 시술자인 강모 의사는 본인이 차 회장에게 시술을 건의했다고 말했다"며 "양측 진술이 엇갈려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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