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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천경자 차녀 김정희 교수 “미인도 진품 판단 검찰, 엉터리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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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동아DB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가 검찰의 미인도 진품 결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19일 미인도가 천 화백이 그린 진품이 맞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거라고 믿고 있지 않았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태도가 형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느꼈다. 일례를 들면 피고발인 신분인 프랑스 감정팀을 초청해 브리핑 미팅을 가졌는데, 현대미술관 직원들은 검찰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편향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 감정팀의 최종 감정 보고서는 검찰의 발표가 있기 전에 공개돼서는 안 되지만, 검찰은 보고서를 받은 즉시 현대미술관 측에 넘겼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현대미술관이)상당히 공조관계가 이루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검찰 측에서 발표에 과학검증 비슷한 자료를 몇 가지 첨부했는데, 그중 많은 것이 현대미술관 측과 관련돼 있는 자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천 화백의 유족 측이 감정을 의뢰한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은 미인도는 위작이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검찰은 프랑스 감정팀의 검증 방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검찰은 진품 그림을 프랑스 감정팀의 검사 방식으로 검증해봤지만, 가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프랑스 감정팀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희 교수는 “뤼미에르 테크놀리지 연구실은 광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이다. (검증을 하려면)다중 스펙트럼 카메라라는 특수카메라, 특수조명이 필요하고 그것을 컴퓨터로 디지털화했을 때 광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차이점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런 것들을 하나도 갖추지 않은 검찰이 어떻게 수치를 산출했는지 검찰 보고서에는 하나도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검찰의 비교 감정에도 회의적이다. 검찰은 미인도를 천 화백의 여러 작품들과 5개월간 비교 감정한 결과 천 화백의 덧칠 방식, 고급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 날카로운 필기구를 눌러서 외곽선을 그린 자국 같은 특성이 똑같다고 보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송곳 같은 도구를 이용해 흔적을 남기는 것은 동양화가라면 흔히 쓰는 방법이며, 재료는 어느 화가나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결정적인 증거는 못 된다고 말한 현대미술관의 직원 동영상이 있으며, 이 내용은 신문에도 나왔었다”며 검찰의 근거가 허술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검찰은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이 작품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에서 나왔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검찰이 김 전 중정부장의 아내를 찾아서 조사해봤더니 본인은 미인도를 중정대구분실장 아내에게 받았으며, 대구분실장의 아내는 1977년 천 화백에게 직접 구매했다는 걸 증거로 확정한 것이다.

반면 김정희 교수는 “어머님(천경자 화백)께서는 오 씨(대구분실장 아내)라는 분에 대해 제일 처음에 말씀하셨다. 그분이 저희 집에 방문해서 그림 두 점을 가져간 것은 사실인데 오래 좀 보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나 돌려주지 않았다”며 “(어머니가)그러면 작은 거 하나는 가지시고 하나는 돌려주십사 해서 작은 그림이 갔는데, 그 그림은 미인도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사이즈였다”고 천 화백의 증언이 있었음을 밝혔다.

또한 “오 씨는 과거 여성동아 인터뷰에서 본인은 천 화백으로부터 어떠한 그림을 받은 적도, 소장한 적이 없으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한테 선물한 적도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공개 전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미인도 진위 여부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은향 동아닷컴 수습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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