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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애플 이긴 삼성, 속 시원히 못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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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통신기술 표준특허'는 인정

애플 최대무기였던 '디자인 특허' 침해는 기각

■ 국내 특허소송 판결

삼성이 침해한 '바운스백' 현재사용 안해 영향 미미

美법원 판결은 25일 나와

삼성전자가 안방에서 벌어진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24시간도 못돼 미국에서 이번 특허전쟁의 최대분수령이 될 큰 싸움의 결과가 나오지만, 그래도 일단은 기분 좋은 승리였다.

외형상으론 '무승부'로 보이기도 한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배준현 부장판사)가 양사의 특허침해소송에서 내린 판결의 골자는 ▦애플은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2건을 침해했고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특허 1건을 침해했다는 것. 2건과 1건의 차이는 있지만 양사 모두 특허침해 사실이 인정된 만큼, 승패를 하나씩 주고 받은 셈이다.

법원은 또 ▦애플에 대해선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ㆍ2 등 관련 제품을 판매금지 및 폐기 처분하라고 명령했고 ▦삼성전자 갤럭시S2에 대해서도 같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외형상 균형은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삼성전자는 잃은 것이 별로 없는 반면, 애플은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삼성전자의 공격무기인 통신기술 표준특허에 대해선 법원이 '삼성의 것'으로 인정한 반면, 애플의 최대무기였던 디자인특허는 '애플의 것'으로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특허 파상공세에 맞서 통신기술특허로 반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런 표준특허를 법원이 인정했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물론 논란은 있었다. '누구에게나 (기술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협약(프랜드)에 가입한 삼성전자가 통신기술특허의 배타적 소유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재판장인 배준현 부장판사도 "이번 판결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검토한 쟁점은 '프랜드'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권리 남용 여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내법을 근거로 표준특허권자인 삼성전자가 성실하게 로열티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준특허권리를 남용한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랜드가 누구나 공정하게 표준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처럼 라이선스도 없이 표준특허를 쓴 업체에 대해 특허권자가 판매금지청구를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애플은 타격이 커 보인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스마트폰에서 사진을 넘겨 보다가 마지막 사진에 도달하면 용수철처럼 튕겨 제자리로 오는 기능) 1건을 침해했다는 판결은 받아냈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새 대체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은 없다. 반대로 애플이 침해했다는 결론이 난 통신특허는 앞으로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플로선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더구나 오히려 최대 공격무기인 디자인 쪽에서 삼성전자의 모방혐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어디까지나 한국법원의 판단일 뿐,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는 무관하다. 개별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전적으로 해당국가의 특허체제와 판사성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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