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서울에서 슈퍼를 운영해온 김영우 씨(가명ㆍ50)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3년 전 슈퍼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다시 열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훌쩍 뛰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카드 수수료율을 2%로 적용받았지만 가게를 이전한 이후에는 비씨카드 3.13%, 신한카드 2.99%, 현대카드 3.6%, 국민카드 2.6%를 부과받고 있었다.
문제는 업종 구분이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슈퍼마켓 업종으로 구분돼 2% 안팎의 수수료를 내 왔지만 이후 가게를 이전하면서 신용카드사가 '제멋대로' 업종을 분류하는 바람에 수수료가 확 오른 것이다. 이에 김씨는 각 카드사에 이의를 제기했고, 현대카드와 국민카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는 이를 거부했다.
김씨는 "카드사 직원들이 방문실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슈퍼로 운영하는 것을 확인까지 했는데 과다하게 부과된 수수료를 환급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제멋대로 업종을 구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더 부과받았다는 피해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이 자영업자가 작성한 서류와 결제중개업체(VANㆍ밴사)의 실사 자료만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씨 가게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밴사들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카드사는 밴사가 제출하는 가맹점 신청서와 사업자등록증으로만 가맹점 업종을 판단해왔다. 엄연히 슈퍼로 운영되고 있던 김씨 사업장에 대해 국민카드는 일반잡화 업종으로,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역시 기타 업종으로 분류해 수수료를 부과했다. 비씨카드는 일반 매점에 적용하는 기타 업종 식품잡화판매업으로 분류해 수수료를 부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실사하는 부분을 카드사가 결제사업자인 밴사에 위임할 수 있게 해놓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민원 제기에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잘못 부과해온 수수료 차익 일부를 환급했지만 신한카드와 비씨카드는 김씨 요구를 거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업종을 구분할 때 꼼꼼하게 확인할 수 없어서 6개월마다 서면으로 확인서를 보내주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완벽할 순 없다"며 "실제 수수료를 부과받는 자영업자들도 자신들이 제대로 된 업종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