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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천경자 ‘미인도’ 진품 결론]미술계 “이젠 천 화백 예술세계 재조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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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계 최대 스캔들에 미술사적 업적 외면받아…감정 신뢰성도 재점검 필요

경향신문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 논란은 25년간 이어져온 한국 미술계 최대의 ‘스캔들’이다.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이라는 전시회를 열며 ‘미인도’를 공개했고,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작가의 위작 주장이 나오자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 등에 감정을 의뢰했고, 당시 감정 참가자들은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냈다.

천 화백은 감정 결과에 크게 반발하면서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 크게 절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붓을 들기는 했지만 절필을 선언한 천 화백은 1998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천 화백이 한국을 떠나면서 잠잠하던 위작 논란은 1999년 고서화위조범 권모씨가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하고 나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화랑협회 등은 진품임을 주장했고,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미인도’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이 두 달 전에 이미 타계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다. 그해 12월 천 화백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인도’가 위작임을 시인하고, 그동안 진품이라고 한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현대미술관 측이 거부하자 지난 4월 현대미술관장 등을 사자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했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6월 ‘미인도’를 압수했으며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을 통한 과학감정, 미술계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결론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즉각 반박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19일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논란이 정말 끝나기를 기대한다”며 “이제는 천경자 화백의 예술세계, 삶을 미술사적으로 제대로 조명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여러 자료들로 봐 진품으로 믿고 있었다”며 “‘미인도’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전시를 통한 공개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인도’는 1991년 이후 일반에 전혀 공개된 적이 없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이번 수사 결과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나 미술사적 업적 등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며 “미술사적, 학술적으로 천 화백을 재조명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미술계의 감정에 대한 신뢰 확보 방안, 유통 투명성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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