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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천경자 ‘미인도’ 진품 결론]검 “과학·안목 감정 결과 천 화백 작품”…25년 논란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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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과 제작방식 동일…진품에만 보이는 ‘압인선’도

유족들 “검찰 논리·전문성 부족…민사소송 등 추가 대응”

경향신문

서울중앙지검 배용원 부장검사가 19일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진품으로 결론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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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25년간 위작 시비가 일었던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에 대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19일 “디지털·컴퓨터 영상분석 기법 등을 동원한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카이스트(KAIST)의 과학감정과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진품 13점, 모작 1점을 서로 대조하는 방법으로 진위를 식별했다.

검찰 조사 결과 ‘미인도’는 천 화백이 그린 다른 작품들과 제작 방식이 동일했다. 천 화백의 특징적인 채색기법은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데 ‘미인도’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타났다. ‘미인도’에는 화관 풀잎 밑층에서 다른 형태의 풀잎선이, 입술 밑층에서 다른 형태의 입술 모양이 발견됐다.

‘미인도’는 천 화백이 자신의 딸을 모델로 그린 ‘차녀 스케치’(1976년작)와 유사하다. 이 스케치를 토대로 1977년에 ‘미인도’, 1981년에 ‘장미와 여인’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검찰 분석이다.

또 원작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작품 간 유사성을 파악하는 ‘웨이블릿 변환 분석’에서도 진품과 차이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인도’는 비교대상인 진품과 입술, 눈동자, 콧방울, 머리카락 등 6개 세부항목 묘사에서 유사성이 드러났다. 두꺼운 덧칠과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한 점은 비교대상인 위작과 대조되는 점이다. 그 밖에 진품에만 등장하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로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에서 관찰됐다.

검찰은 한때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한 권모씨도 직접 조사했다. 그러나 권씨는 ‘미인도’를 직접 확인한 뒤 “내 수준으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작품”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교수·화가·미술평론가 등 9인의 전문가들이 한 안목감정에서도 일부 위작 의견이 있었으나 진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번 수사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지난 5월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단하면서 피고소인 6명 중 5명을 무혐의 처리했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모씨(59)는 2015~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천 화백이 전체 작품을 보지 않고 위작이라고 했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족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의 논리와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재정신청, 민사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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