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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미술계 투명성 강화 계기 삼아야 할 천경자 ‘미인도’ 진품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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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불과 세 달 전 프랑스 감정기관 뤼미에르테크놀로지가 “진품일 확률은 0.00002%”라고 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25년에 걸친 ‘미인도’ 진위 논란 끝에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정한 근거는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같다는 점이다. ‘미인도’의 소장 이력 조사와 전문가 안목 감정은 물론 X선ㆍ원적외선ㆍ컴퓨터 영상 분석과 DNA 분석 등을 총동원한 결과 천 화백 특유의 기법이 그림에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천 화백이 생전에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있겠느냐”며 이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데다 유족들 또한 검찰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태세여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미술계의 위작 시비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니 이번 논란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그렇지만 그저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만족하는 애호가 입장에서는 위작 시비가 나올 때마다 착잡해진다. ‘미인도’ 외에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No.780217’ 등 13점도 위작 판정을 받은 상태다. 사정이 이러니 외부인에게 미술계는 가짜 그림이 유통되고 작가조차 위작을 가려내지 못하는 요지경으로 비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작을 근절하기 위한 미술계의 적극적 노력이다. ‘미인도’ 파문에서도 알 수 있듯, 위작 논란에는 특정 작품의 진위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 유통과정의 투명성 여부 및 미술 관계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뒤엉켜 있다. 따라서 미술계는 제작과 유통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은 물론 효과적 위작 단속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위작을 판별할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의 설립과 유통업자의 미술품 이력 관리 및 작품 보증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등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에만 맡길게 아니라 미술계 스스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미술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 미술은 국제적으로도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시장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미술계의 숙제다. 이번 ‘미인도’ 진품 판정을 그 계기로 삼을 만하다. 위작 작품이 아무렇지도 않게 유통되고, 누군가 부당이득을 얻고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임을 미술계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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